대구에서 주로 활동해 온 박종규(57) 작가는 컴퓨터 화면에서 발생하는 노이즈(noise)를 회화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컴퓨터의 오류로 생긴 노이즈 이미지를 크게 확대한 뒤 시트지로 인쇄해 캔버스에 붙인다.

그 위에 아크릴 물감을 덧칠한 뒤 시트지를 떼어내는 방식이다.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지난 15일 시작한 박종규 개인전은 노이즈의 세계를 회화와 영상, 조각 40점으로 보여주는 자리다.

잡음 등으로 번역되는 노이즈는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지만 작가의 손을 거쳐 표현된 노이즈의 세계는 혼란스럽지 않고 질서 있게 정돈돼 있다.

작가에게 노이즈는 "부정적 가치와 반대로 오히려 아름다운 형식"이자 컴퓨터가 완전무결하지 않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휴머니즘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는 정사각형이나 직사각형이 아닌 비정형 캔버스를 사용해 평면 작업이지만 각도에 따라 입체처럼 보이는 작업도 새로 선보인다.

작가는 지난해 대구의 한 건물 전광판에 모래 폭풍 장면을 담은 영상 작품을 상영했다.

전광판을 작동시키는 컴퓨터에 오류가 발생하면서 화면이 분홍색으로 바뀌어 송출됐다.

노이즈가 만들어낸 영상의 정지 장면을 그대로 화폭에 옮겼더니 분홍색 벚꽃이나 진달래가 활짝 핀 듯한 풍경이 탄생했다.

음파의 파장 역시 회화 작품이 된다.

소리꾼 민정민이 부른 판소리 심청가의 파장을 시각 이미지로 변환한 뒤 이를 다시 회화로 바꾸기도 한다.

전시장에는 판소리를 부르는 영상과 회화가 함께 전시된다.

전시는 학고재 본관과 신관 3개 층에서 4월29일까지 진행된다.

학고재는 3∼4월 열리는 아시아 최대 미술 행사인 아트바젤 홍콩과 광주비엔날레를 연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의 주요 미술 관계자들에게 박종규 작가를 소개하기 위해 전시 기간을 평소보다 2주가량 늘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