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들리면 건물에서 급하게 나왔다가, 여진이 멈추면 다시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과정이 반복되는 긴박한 현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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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강진 피해 지역서 생존자 수색·구조활동을 한 뒤 귀국한 대한민국 긴급구호대(KDRT) 소속 유지훈 소방위, 김원현 소방장은 5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대원들 모두 크게 다치지 않고 전원 무사 귀환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들을 비롯한 한국 긴급구호대 1진은 지난 2월 9일(현지시간)부터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에서 구조활동을 시작, 총 8명의 생존자를 구조한 뒤 18일 귀국했다
구조대원들은 사고 현장에 대해 "국내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참혹한 광경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유 소방위는 지난해 초 발생한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를 언급하며 "국내에서는 일정 장소에 국한해 사고 현장이 형성되는데, 튀르키예 현장은 거의 모든 건물이 엄청난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는 "요구조자에 접근하기 위한 통로 개척 자체가 너무 어려웠고, 콘크리트·철근을 깨는 작업을 병행하면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했다.
김원현 소방장도 "태어나서 처음 보는, 재난영화와 같은 광경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그동안 약 220회 출동해 실종자를 다수 발견한 베테랑 구조대원이다.
유 소방위는 "숙영지 위치를 선정하는 데도 하루 반가량 걸렸고, 그 사이 단 한 끼도 먹지 못했다"며 "오자마자 현장을 확인하다가 생존자 징후를 발견했던 직원들은 이틀간 잠도 못 자고 내내 수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생존자를 발견했을 때 가장 보람 있었지만, 일가족 전원을 끝내 구하지 못한 것이 눈에 밟힌다고 아쉬워했다.
김 소방장은 "건물 잔해에서 어머니와 아들을 구조했는데 끝내 딸이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9∼10살 정도로 보였는데, 막내딸이랑 비슷한 나이여서 마음이 먹먹했다"며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유 소방위는 "생존자가 많아서 실적이 좋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조금 더 일찍 출발해 구조에 뛰어들었거나 복귀를 늦춰서 현장 수습을 함께 마무리했으면 더 좋았겠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구조를 요청하는 주민들은 많은데 인력과 시간이 부족해 모두를 돕지 못한 것이 가장 안타까웠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 해외에서 또 다른 대형 재난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평상시에도 외국과 비행편 등 협의가 잘 돼 있어서 출동이 원활하고 신속히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붕괴 사고 현장에는 제일 먼저 구조견이 들어간다.
구조견이 생존자나 사망자의 체취를 맡고 반복해서 짖거나 한 부분을 지속해서 응시하는 등 특이 반응을 보이면 핸들러가 그 부분을 표시하고 빠져나온다.
이후 탐색반이 내시경 카메라, 음향탐지기 등 첨단 장비를 활용해 요구조자를 최종적으로 확인한다.
토리는 붕괴 현장에 도착한 첫날 바로 수색에 나선 구조견으로 부상을 입기도 했다.
김 소방장은 "토리가 생태 징후가 의심되는 직경 30㎝, 깊이 2m의 좁은 공간에 들어갔다 나왔는데, (내) 신발에 피가 한두 방울 떨어져 있었다"며 "보니까 토리 왼쪽 뒷발에서 피가 나더라"고 말했다.
토리를 치료한 사람은 수의사가 아닌 외과 전문인 군의관 장교였다.
동물 치료는 처음이었던 그는 휴대전화 화상통화로 국립중앙의료원 수의사의 지도를 받아 봉합 처치를 했다.
토리는 세 바늘을 꿰매고 나서 다시 현장에 투입돼 구조 활동에 나서며 '투혼'을 벌였다.
다른 구조견들인 '토백이'와 '해태'도 발바닥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다행히도 중요한 부상은 아니어서 간단한 처치를 받고 구조 활동을 계속했다.

다른 나라 구조견들도 장비가 좁은 공간에 걸려 나오지 못할 것을 대비해 조끼, 신발, 목줄을 차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 소방장은 4년간 구조현장에서 호흡을 맞춰온 토리를 '막내딸'이자 '파트너'라고 불렀다.
그는 "토리도 위험한 상황인 걸 알고 있어서, 꼬리를 말아가며 겁을 먹기도 한다"면서 "무서워서 구조 현장에 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는데, 저를 전적으로 믿기 때문에 구조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토리에게 귀국하자마자 닭고기와 황태살로 만든 '진수성찬'을 차려줬다고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