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감독은 2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키노 베테랑스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열린 kt wiz와의 네 번째 연습 경기를 이런 방식으로 치렀다.

소형준(kt), 곽빈·정철원(이상 두산 베어스)이 대표팀 타자들의 물오른 방망이에 맞섰다.
나란히 2이닝씩 던진 소형준과 곽빈은 각각 4점, 2점씩 주며 혼쭐났다.
대표팀에서는 박세웅(롯데 자이언츠)을 필두로 정우영(LG 트윈스), 이용찬(NC 다이노스), 이의리(KIA 타이거즈), 김윤식(LG), 원태인(삼성 라이온즈)이 차례로 올라 kt 타선과 대결했다.
박세웅, 이의리, 원태인도 2이닝씩 마운드를 지켰다.
대표팀 투수 15명 중 9명이 등판해 이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의 검증을 받았다.

다음달 9일 호주와의 본선 첫 경기가 11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한국 대표팀의 성적을 좌우할 투수들의 컨디션이 썩 만족스럽지 않아서다.
미국을 덮친 이상 기후가 대표팀 훈련에 차질을 빚은 가장 큰 이유다.
25일 북극발 겨울 폭풍에 따른 기상 이변으로 항상 따뜻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는 34년 만에 눈보라가 몰아쳤고, 동부 워싱턴DC의 기온은 149년 만에 여름을 방불케 하는 기온 27도를 찍는 등 이상한 날씨로 미국 전체가 요동쳤다.
청정한 공기와 뜨거운 태양으로 유명한 애리조나주 투손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야구대표팀, kt wiz, NC 다이노스가 스프링캠프를 차린 투손 지역에 예년과 달리 비가 자주 내리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등 야구단 훈련에 지장을 주는 날이 적지 않았다.

투수들의 경우 실내 불펜이 없어 더욱 컨디션 유지에 애로를 겪었다.
그래서 대표팀이 고안한 방식이 변형 청백전이었다.
kt와 대표팀 감독을 겸임하는 이 감독이 먼저 자신이 지휘하는 팀에 대표팀 선수를 끼워 넣어 실전을 치르는 시험을 했다.
비록 한 번이었지만, 결과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그간 WBC가 아닌 프로야구 정규시즌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하느라 아직 제 궤도에 올라오지 못한 NC, KIA, kt 투수들을 상대로 화력을 과시한 대표팀 타자들도 이들보다는 훨씬 일찍부터 WBC를 대비해 온 대표팀 투수들의 공을 보면서 빠른 공 대처 능력을 키울 기회를 얻었다.

정상 컨디션이 아닌 투수·타자와 대결하는 것보다는 본 궤도를 향해가는 투수·타자끼리 격돌하는 게 호주, 일본 등 WBC B조 본선 라이벌과의 일전을 준비하는 데 더 낫다.
이 감독은 "시간이 지나 더 컨디션이 나은 투수가 나타날 수도 있다"며 투수 보직은 SSG와의 경기 이후 신중하게 확정하겠다고 선언했다.
같은 태극기를 달고 뛰는 청백전이 사실상의 WBC 생존 경쟁의 무대가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