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트 라일란트 "한국 작곡가들의 창조력, 세계가 인정해"
한국음악 역사 정리한 음반 발매 계획…"윤이상부터 진은숙까지 담을 것"
"국립이라는 이름에 걸맞도록 악단의 정체성을 세우고, 어떤 작품을 만나도 부족함이 없도록 유연성을 갖추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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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트 라일란트(44)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은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예술감독으로서의 역할을 "소리에 개성을 부여하고 악단의 음악적 잠재력을 끌어올려 회를 거듭할수록 단단하고 성숙한 모습을 보이게 돕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예술감독으로서 제 임무는 국립심포니의 정체성을 더 공고히 하는 일이지요.

국립심포니만이 가진 소리의 전통과 밸런스를 만드는 것인데, 시간이 꽤 걸리더라도 차근차근히 해나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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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란트 감독은 "국립심포니의 장점은 현악 파트"라면서 "악단의 정체성을 유지할 만큼 단단한 연주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이 가진 경쟁력에 걸맞게 관악 파트의 수준을 끌어올려서 악단 전체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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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퍼토리의 확장과 다변화 구상도 밝혔다.

그는 "하이든이나 모차르트 등 고전 작품들을 잘 다루는 게 일차적으로 중요하고, 규모가 큰 낭만주의 작품이나 한국에서 잘 연주되지 않는 대규모 작품에도 도전할 것"이라면서 "이런 과정에서 독일·프랑스·러시아 등 다양한 전통의 음악을 다루고, 동시대 작품들도 계속 관심을 가질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립심포니는 레퍼토리 확장과 악단의 정체성 강화를 위해 올여름까지 단원 16명을 확충할 계획이다.

현재 단원 수는 78명이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국립' 이름을 달고 작년 3월 새 출발을 한 국립심포니의 제7대 예술감독을 맡은 라일란트는 벨기에 출신의 지휘자 겸 작곡가다.

브뤼셀왕립음악원과 프랑스 파리 에콜노르말음악원,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에서 지휘와 작곡을 공부하고, 2018년부터 프랑스 메스 국립오케스트라와 스위스 로잔 신포니에타의 음악감독도 맡아왔다.

자신의 강점으로는 "독일과 프랑스의 음악 문화가 상호중첩되는 문화권에서 활동해 왔기에 적응력과 유연성이 좋다는 특색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립심포니는 내년 말에는 한국 음악의 역사와 발전에서 중요한 작품들을 선별해 한국의 음악적 초상이 담긴 음반을 발매한다는 구상도 공개했다.

"국립심포니가 한국 음악의 중요한 작품들을 음반에 담는 건데, 자그마한 하나의 한국음악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겠죠. 국립 오케스트라로서의 정체성을 세우고 미래세대를 위한 이정표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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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란트 감독은 구체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직 아니라면서도 "윤이상부터 시작해서 오늘날 가장 명망 있는 작곡가인 진은숙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이 두 사람뿐 아니라 발굴하거나 조명해 마땅할 작곡가나 작품이 있다면 (발굴해) 통시적으로 이어서 하나의 한국 '악파'로서 세계에 각인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현대음악들이 세계에서도 인정받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유럽과 미주를 비롯해 비롯해 세계적으로 한국 작곡가들의 역량과 창조력이 굉장히 인정받고 있는데 그 부분을 부각하는 게 국립심포니가 꼭 해야 할 임무이지요.

특별히 저는 음악사(史)에 한국이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이 음반을 통해 정리하고 서양 세계에 한국음악의 위상을 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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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이면서 현대음악 작곡가이기도 한 라일란트 감독은 "한국(음악)에는 그 문화적 뿌리가 손상되지 않은 금맥처럼 순수한 채로 남아 있다"며 "지금 터져 나오는 한국문화 전반에서의 성과가 작곡에서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