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품 고미술 명품 이야기' 출간 기념 소장품 전시
"가장 즐거울 때는 유물이 다가와서 내 것이 됐을 때죠. 그 희열은 한참 동안 갑니다.

어떤 것도 그런 행복을 줄 수 없는데 유물이 나에게 이런 행복을 줄 수 있구나 싶죠. 소유하고 보고 즐거운 것으로 끝나지 그다음에 어떻게 하지 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아요.

그게 고미술이 주는 매력인 것 같아요.

"
고미술품을 감정하는 TV 프로그램 출연으로 대중에게도 친숙한 민속품 감정가 양의숙 예나르 대표의 고미술 소장품을 소개하는 전시가 13일부터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전시장에서 만난 양 대표는 "좋은 고미술품은 나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값비싼 것이 좋고 소중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그런 개념이 없어졌어요.

좋은 고미술품이라는 기준은 주관적일 수 있지만 조상이 쓰던 것이 나의 손때가 묻으면서 나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나의 기운을 넣고 다시 후손들에게 전해지는 것이 고미술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 아닐까요.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것이 그게 가장 나에게는 비싼 미술품이죠."
전시에는 이런 생각대로 값이 비싸고 고급스러운 것보다는 직접 쌀을 담아 사용한 뒤주, 제주 알반닫이 등 개인적인 사연이 있는 것들을 내놨다.

제주 알반닫이는 45년 전 어머니가 딸의 산바라지를 위해 고향인 제주에서 상경하면서 가져온 것이다.

양 대표는 알반닫이를 머리맡에 두고 배냇저고리와 기저귀를 담아두며 사용했다.

첫 아이를 키울 때 추억과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알반닫이는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이다.

정사각형 나무판 전면에 25개 글자가 쓰인 19세기 약과판은 양 대표가 출연하는 TV 프로그램에 나왔던 것으로, 방송에서 소개된 지 1년 후 어느 전시에서 인연이 이어져 그의 손에 들어왔다.

가장 아끼는 소장품으로는 '갖고 있던 금을 모두 팔아' 구입했다는 염주함을 꼽았다.

도넛 모양으로 염주를 둥글게 담아 보관할 수 있게 한 이 함은 자물쇠와 경첩 등 금속 장식을 표면에 부착하기 전 못을 속에 박고 옻칠을 쌓아 올려 밖에서는 못의 흔적이 보이지 않게 한 고려 시대 기법을 사용했다.

고미술품 구입에 관심이 있지만 혹시 위조품을 살까 걱정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자신도 가짜 제품을 산 적이 있다며 경험을 들려줬다.

"처음엔 가짜가 예쁘게 보이죠. 저도 예전에 알반닫이를 사서 선물한 적이 있는데 나중에 그게 가짜라는 것을 알았던 일이 있었어요.

싸고 좋은 것은 없어요.

믿음을 갖고 교류하고 관심을 가지면 보여요.

얼마든지요.

"
29일까지 계속되는 전시는 양 대표의 회고록 '진품 고미술 명품 이야기'(까치글방) 출간을 기념한 것이다.

가나문화재단의 '문화동네 숨은 고수들' 기획으로 출간된 책은 달항아리부터 채화칠기장, 목침, 반닫이까지 다양한 고미술품을 소개하며 고미술과 함께 한 양 대표의 인생 이야기를 곁들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