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고궁박물관, 조선후기 사자관청 기록물 번역 책자 발간
조선 외교문서 작성했던 '쓰는 사람' 사자관의 일상 기록
'명단 아래에 점을 찍어서 삼망(三望·벼슬아치를 발탁할 때 후보자 셋을 추천하던 일)을 갖춰 대령하니 첫 번째 후보가 낙점을 받아 즉시 출근해 공무를 수행하다.

'
1877년 6월 2일 사자관청(寫字官廳)에서 새로운 사자관이 임명됐다.

수관 훈장(首官 訓長·대표 훈장) 이기흡이 여섯달 임기를 끝내고 사직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찾은 것이다.

이렇게 임명된 사자관은 외교 문서나 왕실 기록물을 작성하는 말 그대로 '쓰는 사람'이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1877년부터 1882년까지 약 6년간 사자관청의 업무와 사자관의 활동을 담은 '사자관청등록'(寫字官廳謄錄)을 국문으로 번역한 '국역 사자관청등록'을 펴냈다고 5일 밝혔다.

사자관청등록은 박물관이 2021년 입수한 국내 유일본이다.

조선 후기인 고종 14년부터 고종 19년까지 사자관청에서 일어났던 다양한 일이 날짜별로 생생하게 담겨 있다.

그간 관련 사료가 부족해 전체 내용이 확인되지 않았던 부분까지 이번에 처음으로 번역했다.

사자관청등록은 총 671개 기사로 구성된다.

조선 외교문서 작성했던 '쓰는 사람' 사자관의 일상 기록
직제, 수련 과정, 임명과 평가, 징벌 사항 등 사자관 운영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1881년 6월 5일 기사에는 '이번에 새로 온 백만갑, 김형식은 모두 여러 대에 걸친 전임의 자제들'이라고 적혀 사자관 관직이 세습돼 왔음을 알 수 있다.

주요 업무 중 하나인 외교문서를 작성하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1877년 4월 18∼19일 기사에서는 감사의 뜻을 표하는 자문(咨文·중국과 외교적인 교섭ㆍ통보ㆍ조회할 일이 있을 때 주고받던 공식적인 외교 문서)을 쓴 뒤 오류가 있는지 꼼꼼히 확인했음을 알 수 있다.

그 외에도 사자관이 정식 임관 전에 수련 공간인 생도방(生徒房)에 들어가는 일부터 사망까지 다양한 내용이 기록돼 있어 인물 정보, 조직 문화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된다.

국립고궁박물관 관계자는 "조선 시대 외교 문서를 담당했던 사자관청과 왕실의 중요한 관원이었던 사자관에 대한 기록을 최초로 번역해 공개한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높다"고 향후 활용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발간된 책자는 국·공립 도서관과 관련 연구기관 등에 배포할 예정이다.

문화재청 누리집(www.cha.go.kr)과 국립고궁박물관 누리집(www.gogung.go.kr)에서도 볼 수 있다.

조선 외교문서 작성했던 '쓰는 사람' 사자관의 일상 기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