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762mm 미만 제품, 하중에 대한 안전 기준 없어
쓰러져도 정상 제품이라 환불 불가

하중을 버티지 못하고 쉽게 쓰러지는 서랍장이 높이가 낮다는 이유로 안전 기준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8일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A씨는 어머니에게 유명 가구업체가 파는 서랍장을 선물했다.

원목에 비해 가볍고 내구성이 낮은 MDF 소재로 만들어진 서랍장은 높이 약 52cm, 무게 약 15kg인 제품이다.

당일 오후 A씨는 어머니의 비명과 함께 서랍장이 쓰러지는 소리를 들었다.

황급히 달려가 보니 놀란 어머니는 쓰러지는 서랍장을 피한 상태였다.

[OK!제보] 쉽게 쓰러지는 서랍장…"아이 다치면 어쩌나"
A씨는 "옷을 채우고 문을 다 열면 서랍장이 쓰러졌고 빈 서랍이더라도 손가락 하나로 누르면 서랍장이 넘어갔다"며 "하지만 제품 구매 당시 이러한 내용을 알리는 경고문도 없었고 고정 장치는 기본 제공이 아닌 선택 사항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만약 성인이 아니라 영유아가 서랍장을 만지다가 서랍장이 넘어졌다면 아이가 다칠 수도 있어 위험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제품이 안전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이케아 서랍장이 넘어지며 영유아가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르자 한국은 2017년 가구 안전기준을 개정했다.

2020년 국가기술표준원이 발표한 안전기준 개정안을 보면 높이 76.2cm 이상의 가정용 서랍장은 어린이가 매달릴 가능성을 고려해 25kg의 하중에서도 넘어지지 않아야 한다.

벽에 고정할 수 있는 고정 장치가 부착되어 있거나 고정 장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안전 요구 사항도 명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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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76.2cm 미만 제품에는 안전 기준이 없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762mm 미만의 가구는 '가구에서 떨어지거나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할 것'이라는 취급상 주의사항을 기재하게 되어 있지만 전도(넘어짐) 방지에 관한 기준은 없다"고 전했다.

따라서 A씨는 제대로 환불을 받지도 못했다.

고객 변심으로 정상 제품을 반품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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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업체 측은 제품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가구업체 관계자는 "일정 높이 이상 제품에만 전도에 관한 내용이 표기되어 있다"며 "전도 사고가 한 번이라도 있었다면 위험성을 설명했겠지만 해당 서랍장을 판매하며 전도 관련 민원이나 영유아 사고가 보고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보 사진을 보면 서랍에 물건을 많이 넣고 두 칸을 한 번에 열었다"며 "그렇게 열면 플라스틱 서랍장도 앞으로 쓰러질 것"이라 말했다.

A씨는 "소비자가 위험한 가구를 조심히 다루는 것이지 제품이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소비자가 알아서 조심해야 하는 거라면 이케아 사건도 알아서 조심해야 했던 일인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