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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구 구상기념사업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원회)는 11일 연합뉴스에 "전날 3차 운영위원회 심의를 통해 제14회 구상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운영위원회 관계자는 "심사 절차상 하자는 없었으나 심사위원회가 선정한 수상자가 운영위원이었기에 부당하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오랫동안 시 문화 창작을 통해 문학적 성취를 이어온 수상자의 명예에 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상 내정자의) 고사를 받아들여 올해는 수상자가 없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정은 최근 구상문학상 심사위원회가 수상 대상자로 운영위원이던 문정희 국립한국문학관장을 내정하면서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구상문학상은 운영위원회 위촉을 받아 구성된 심사위원단 5명과 일부 운영위원이 2권씩 추천한 시집을 대상으로 결정한다.
심사 대상은 심사일 기준 2년 내 출간된 시집이며, 심사 결과는 운영위원회(구상문학상 운영위원 5명과 구청장 등 8명)의 승인을 거쳐 최종 결정된다.
이에 심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회의를 열고 최근 출간된 문 시인의 시집 '오늘은 좀 추운 사랑도 좋아'(민음사)를 제14회 수상작으로 내정했다.
그러자 운영위원이던 이숭원 서울여대 명예교수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 교수는 최근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운영위원이 해당 문학상 수상자가 되는 것은 일반적인 관례와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의 주장을 담은 글은 한 시인의 블로그에 올라오기도 했다.
이 교수는 문 시인의 시집이 심사 대상에 오른다고 해 문제를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운영위원에서 사퇴했고, 문 시인도 이러한 지적에 운영위원에서 물러났다.
이에 구상 시인 딸인 구자명 시인과 영등포구청 관계자 등 운영위원들은 지난 10일 긴급 운영위원회를 열어 최종 판단을 내렸다.
구상문학상은 구상(1919∼2004) 시인을 기리기 위해 2009년 제정됐으며 영등포구청과 구상선생기념사업회(회장 유자효)가 공동 추진하고 있다.
구상 시인은 영등포에서 약 30여 년간 살았다.
운영위원회 관계자는 "심사 과정상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사안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못해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한 마음"이라며 "앞으로 심사 규칙을 강화하고 더욱 철저히 점검해 구상 시인의 문화적 명성을 드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