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달이 뜬다' 연작 등 전시
"제 작품에서 반복되는 가장 중요한 테마(주제)는 '우리는 이어져 있다'는 겁니다.

작가로서 제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땅과 하늘 사이에서 연결하는 안테나 역할 같습니다.

"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작가 강익중의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는 '연결'이다.

연결의 대상은 다양하다.

인간과 자연, 하늘과 땅, 남과 북, 개인과 사회, 문화와 문화 등 만물이 이어져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달항아리' 작업도 달항아리 상부와 하부를 따로 만들고 이어야 비로소 형상이 완성되는 달항아리의 제작방식과 무관하지 않다.

가로 3인치(약 7.6cm), 세로 3인치 크기의 나무 패널에 색색의 알파벳이나 한글, 달항아리를 그려 넣은 '내가 아는 것' 연작 역시 각 패널 속 알파벳들을 이어 문장이 완성되며 완전한 의미를 갖는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리고 있는 강익중의 개인전에 나온 작품들도 역시 '연결'을 주제로 한 것들이다.

신작 '달이 뜬다' 연작은 달무리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지러지는 달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개별 작품 자체로 독립적이지만 모아놓으면 시간의 흐름을 담은 또 다른 작품이 된다.

전시장 지하에는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인 '내가 아는 것' 연작이 자리 잡았다.

색색의 작은 패널들에는 알파벳이나 달항아리가 그려져 있다.

언뜻 보면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지만 알파벳을 연결해보면 영어 단어가 되고 이들 단어가 연결돼 다시 문장이 된다.

'내게 가장 달콤한 소리는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아침에 마시는 따뜻한 물은 꿀처럼 달다' 같은 일상에서 체득한 문장들을 담은 이 연작은 강익중 작업의 주된 테마인 '연결성'을 함축해 보여주는 작업이다.

전시장 2층에는 또 다른 '달이 뜬다' 연작이 전시됐다.

종이에 먹과 오일 스틱으로 산과 달, 사람, 동물들을 마치 아이의 그림처럼 표현한 작품은 화면의 여백과 획의 비중이 6 대 4 정도일 때 가장 이상적이라는 동양화의 미학에 대한 작가의 해석을 담은 것이다.

작가는 개인전보다는 대형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주력하고 있다.

이번 전시가 2010년 갤러리현대 전시 이후 12년 만에 국내 갤러리에서 여는 개인전인 것도 그 때문이다.

그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내가 아는 것' 연작을 확장해 어린이들이나 일반인들이 3인치 패널에 그린 그림을 엮는 작업을 바탕으로 한다.

최근 국내에서는 순천 시민 6만5천여명과 함께 만든 '현충정원'(2018), 6·25 전쟁 70주년을 기념해 23개국 어린이 1만2천여명의 그림을 모아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설치한 '광화문 아리랑'(2020) 등을 했다.

평생 '연결성'을 추구해 온 작가의 미래 계획도 역시 '연결'이다.

임진강에 남북한 어린이들과 실향민들의 그림을 모아 남과 북을 잇는 '꿈의 다리'를 만드는 것이 그의 오랜 꿈이다.

12월11일까지 이어지는 전시에는 12년간 세계 곳곳에서 진행한 대형 공공프로젝트의 스케치와 아카이브, 작가가 직접 쓴 시도 함께 소개된다.

갤러리현대 두가헌에서도 작품을 볼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