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향기·한상이, 오네긴 첫 주역 도전…"캐릭터 연구 삼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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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UBC)의 수석무용수 강미선(39)은 지난 2009년 20대 후반의 나이에 '오네긴'의 여자 주역 '타티아나' 역에 처음 발탁된 이래 지금까지 13년째 타티아나로 활약 중이다.
UBC가 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리는 '오네긴'에서도 강미선은 후배들과 함께 또다시 타티아나를 맡아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강미선은 지난달에는 한국의 양대 발레단(국립발레단과 UBC)의 발레리나로는 처음으로 20년 근속 무용수가 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지난 20일 전화로 만난 그는 "인생 절반을 우리 발레단에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지만 기쁘다"면서 "별다른 슬럼프 없이 잘 지내왔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오네긴은 UBC의 간판 발레리나로서 다양한 역할로 관객들을 만난 강미선에게도 특별한 작품이다.
"약간 애증이 얽힌" 작품이라고 그는 표현했다.
"처음(2009년 초연)에 어린 나이에 이런 큰 역할을 맡다 보니 부담이 컸어요.
'내가 잘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계속하면서 굉장히 힘들었죠. 그런데 회를 거듭하면서 역할이 조금씩 제 몸에 맞아들어갔어요.
이젠 조금 편한 마음으로 재미있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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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오네긴은 출산 이후 하는 첫 오네긴이라 좀 감회가 새롭네요.
특별히 달라진 건 없어요.
항상 진지하게 작품을 준비할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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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선은 작년 10월 아들을 낳았다.
남편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도 UBC의 러시아 출신 발레리노다.
이제 갓 돌이 지난 아들을 리허설과 공연 준비로 많이 보지 못해 늘 미안하고 걱정이 앞선다는 강미선은 "나중에 엄마 아빠가 모두 무대 위에서 춤을 췄던 모습을 아들이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네긴'은 러시아의 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1799~1837)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을 원작으로 20세기를 대표하는 안무가 중 한 명인 존 크랑코(1927~1973)가 만든 발레다.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는 순수한 여인 '타티아나'와 오만하며 자유분방한 도시귀족 '오네긴'의 어긋난 사랑과 운명을 밀도 있게 그려내 '드라마 발레의 걸작'으로 꼽힌다.
크랑코의 안무와 작곡가 쿠르트 하인츠 슈톨제가 차이콥스키의 피아노곡을 편곡해 만든 음악으로 탄생한 '오네긴'은 1965년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이 초연한 뒤 전 세계 20여 개 주요 발레단의 레퍼토리로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UBC는 이 작품을 2009년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이번 무대는 2020년 이후 2년 만의 재공연이다.
'타티아나'로는 강미선 외 수석무용수 홍향기와 손유희, 솔리스트 한상이가 합류한다.
홍향기와 한상이는 이번이 첫 타티아나 도전이다.
이들은 모두 전 세계 '오네긴'의 공연 품질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존 크랑코 재단 관계자가 내한해 협의를 거친 끝에 캐스팅이 확정됐다.

"이 역을 서른이 된 이후부터 하고 싶었는데, 발탁 소식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좋았어요.
그 어느 때보다 설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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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이도 원작소설과 영화화된 작품을 두루 찾아보며 '타티아나'를 연구 중이라고 했다.
그는 주요 관람 포인트로 3막의 '회한의 파드되(2인무)'를 눈여겨봐달라고 주문했다.
뒤늦게 사랑을 갈구하는 오네긴과 번뇌하는 타티아나의 심리적 갈등을 2인무로 표현한 대목이다.
"연습하면서도 3막만 하고 나면 맘속에 잔상이 많이 남아요.
관객 여러분도 아마 3막의 회한의 파드되가 가장 여운이 크게 남으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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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C는 '오네긴'을 오는 29일부터 11월 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