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점 앞세운 공격력 강점…수비 약점엔 "팀 수비로 보완할 것"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이 지난달 18일 경기도 안양체육관에서 필리핀과 치른 두 번째 친선경기 2쿼터 6분께.
3점 라인에서 수비하던 2m 포워드 최준용(SK)은 오른손을 뻗으며 자기보다 20㎝가량 작은 선수의 슛을 경계했다.

이 선수가 공을 바닥에 튀기며 몇 걸음 물어서자 일단 슛을 던질 의사가 없다고 판단했던 최준용이 팔을 내렸다.

그러자 이 선수가 3점 라인 두 발자국 뒤에서 골대 방향으로 몸을 돌리며 손에서 공을 튕겨 보냈다.

최준용이 뒤늦게 팔을 뻗으며 저지하려 했지만 이미 뻗어나간 공이 림으로 빨려 들어갔다.

2022-2023시즌 한국프로농구에서는 이런 장면을 많이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울산 현대모비스는 8일 이 장면의 주인공 론 제이 아바리엔토스(23·181㎝)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대구 한국가스공사에 입단한 샘조세프 벨란겔, 창원 LG의 저스틴 구탕 등에 이어 아시아 쿼터 제도를 통해 한국 무대를 밟는 다섯 번째 필리핀 선수다.

필리핀 파 이스턴 대학 출신 아바리엔토스는 현지 농구 역사상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꼽히는 조니 아바리엔토스의 조카다.

변칙적 리듬에서 던지는 3점과 공격력이 장점으로 꼽힌다.

대학 입학 전인 2019년 국제농구연맹(FIBA) 3대3 아시아컵 예선 이란전에서 팀의 21점 중 18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손을 거칠게 써도 파울이 불리지 않는 3대3 농구에서 거구의 선수가 바짝 붙어서 수비하는 데도 특유의 리듬과 드리블 기술로 공간을 만들어 3점 라인 밖에서 7개 슛을 꽂아 넣었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는 스테픈 커리가 '풀업 3점'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유행을 불러일으킨 지 몇 년이 됐지만, 아시아권에서는 이를 기술적으로 구현한 선수는 많지 않았다.

이같이 '생소한 농구'를 펼치는 까닭에 한국 선수들 역시 지난해부터 필리핀과 네 차례 맞대결에서 수비 시 아바리엔토스를 놓치는 모습을 종종 보여줬다.

지난해 FIBA 아시아컵 예선 2경기에서 아바리엔토스는 평균 13분만 뛰고도 8점, 2.5어시스트를 올렸다.

지난 6월 펼쳐진 두 차례 평가전에서도 평균 19분만 뛰면서도 매 경기 3점을 10번이나 시도한 점을 주목할 만하다.

슈팅 속도가 빠르고, 드리블 도중에도 각종 자세와 여러 리듬에서 슛을 안정적으로 던질 수 있는 자신의 장점을 보여준 것이다.

성준모 현대모비스 전력분석팀장은 "농구를 잘하는 선수다.

가드에게 이 정도 슈팅 능력이 있으면 수비가 달라붙게 된다"며 "파생되는 공격 패턴도 많아진다.

상대에 스위치 수비를 강제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분석처럼 한국 포워드나 센터는 이런 스위치 끝에 중 외곽에서 득점력 있는 가드를 막는 수비가 익숙하지 않다.

물론 우려되는 점도 많다.

이같이 개인 공격을 통해 경기를 풀어왔던 선수인 만큼 조직력을 중시해왔던 모비스의 농구와 맞을지 미지수다.

떨어지는 수비력도 문제다.

두 번째 평가전에서 한국이 3쿼터부터 따라붙는 중에 대부분 득점 장면이 아바리엔토스 앞에서 나왔다.

3쿼터 4분께 이대성이 그의 머리 위로 중거리 슛을 꽂아 넣은 데 이어 3분 뒤 속공에 나선 여준석이 어깨로 아바리엔토스를 날려버리고 쉬운 골밑슛을 넣었다.

1분 뒤에는 스크린을 갇혀 한 박자 늦게 허웅을 따라가다가 3점과 함께 추가 자유투까지 내줬다.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도 "(개인) 수비가 약한 점은 조직적인 팀 수비로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수비는 잡아줄 수 있어도 가드의 '센스'는 아무리 이야기해줘도 장착하기가 쉽지 않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1999년생인 아바리엔토스는 현대모비스 다섯 번째 '99즈'의 멤버가 된다.

서명진, 이우석, 김동준, 신민석까지 가드, 포워드 라인에 1999년생 선수들이 활약 중인 현대모비스는 지난 시즌 6강 플레이오프(PO)에 진출했지만 고양 오리온의 전방 압박 수비에 고전하며 탈락했다.

아바리엔토스까지 다섯 명 1999년생 선수들이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가 약 3개월 후인 10월 15일 개막하는 다음 시즌, 현대모비스의 관전 포인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