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은 부동산 투자의 기본
세상에는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듯, 부동산 투자에서도 성공과 실패는 아주 사소한 차이에서 결정되기도 한다. 처음에는 성공한 듯 보이다가 나중에 실패하거나 반대로 실패한 듯 보였다가 결국에 성공하는 등 희비가 엇갈리는 천태만상의 사례들이 존재한다.
서울 송파구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전◌◌씨(48)는 치밀한 조사와 탐문 끝에 길이 뚫리는 토지를 인수해 큰 수익을 남긴 케이스다. 부동산투자에 대한 기본상식조차 없던 그는 2006년 경기도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친구에게 2억5000만원을 빌려줬다. 친구 소유의 땅을 1순위 담보(근저당)로 잡고 돈을 빌려주면서 6개월 약정기간 안에 돈을 갚지 않으면 경매를 부치기로 합의를 봤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농지 680㎡로 친구는 현재는 별 볼일 없는 전(밭)이지만 주변에 2차선 도로가 개설될 예정이니 돈 떼일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득했다. 돈 빌려간 지 서 너 달은 꼬박꼬박 이자는 내더니 얼마 후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다. 수소문해 알아보니 운영하던 학원을 부도내고 원장인 친구는 종적을 감춘 상태였다. 그래도 친구 소유의 땅에 근저당을 설정한 탓에 담보권 실행을 통해 저당 잡은 땅을 임의경매에 부칠 수 있었다.
전씨는 경매가 진행되면 채권자로서 직접 낙찰 받기로 결정했다. 법원 감정가가 빌려준 원금보다 작은 2억2000원밖에 되지 않아 채권 확보를 위해 본인이 직접 낙찰 받아 소유하는 것이 훨씬 낫겠다고 판단했다. 감정가에 낙찰 받아 소유권을 넘겨받고 나자마자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 자꾸 찾아봤다. 3억 원에 매수자가 있으니 땅을 넘기는 게 어떠냐며 재촉하는 것이다.
땅을 팔아야할지 그냥 보유해야 할지를 고민하다가 갑자기 돈 떼먹고(?) 잠적한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길이 곧 뚫릴 것이다”는 말이 생각난 것이다. 예상대로 길이 뚫리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 답사해 조사해 봤다. 지적도와 각종 서류를 확인해 땅 모양과 여건 등을 조사하고 마지막으로 도로담당 공무원을 만나 도로개통 여부를 직접 확인해보니 결국 인수한 땅 전면에 2차선 도로가 개통될 것이라는 점을 알아냈다.
전씨는 도로가 개통되기를 기다리며 3년을 버텼다. 전씨의 바람대로 예정됐던 도로가 생겼고, 길이 난지 얼마 지나자마자 도로 주변에는 음식점 상가들이 줄줄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갑자기 농지에서 도로변 땅으로 바뀌면서 근린생활시설로 건축하려는 실수요자들이 자꾸 찾아와 땅을 팔라는 제의가 잦았다. 급하게 사겠다고 하는 사람도 찾아왔다. 결국 6억 원에 땅을 넘겼다.
불과 2년 반 만에 세후 두 배 이상의 차익을 넘기고 되팔았다. 전 씨는 전화위복을 겪고서 땅 투자의 매력을 알게 됐다. 이후부터 이제 도로 개통 계획 소문이 난 지역이라면 당장 달려가 땅의 가치를 따져보는 토지 전문가로 변신했다.
단기 차익 노렸다간 원금 까먹어
부동산으로 시세차익을 노리려다 원금을 까먹는 우(愚)를 범하는 사례는 주변에 비일비재하다. 장밋빛 개발계획에 현혹되거나 유난히 좋은 조건에 반해 큰돈을 묻었다가 투자실패로 이어지는 경우이다. 특히 무허가 토지업자에게 속아 돈 벌려다 오히려 돈을 떼이는 순진한 투자자들이 너무 흔하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김◌◌씨(55)는 땅 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던 중 보상예정 토지에 돈을 묻었다 적지 않은 재산 손실을 입은 사례이다. 알고 지내던 지역 중개업자의 소개로 인천 중구 운서동에 소재한 임야 7000㎡를 3.3㎡당 10만원씩 2억1000만 원을 들여 사들였다. 매입 후 1년 정도 지나 보상이 나오면 최소 20만원은 훨씬 넘을 거라는 업자의 말을 찰떡같이 믿었다.
높은 보상비를 예상하고 토지수용 예정지를 사들였지만 1년 후의 보상가는 실제 3.3㎡당 5만~6만원씩에 불과했다. 자그마치 8000만원이 넘는 손실을 순식간에 입었다. 까다롭고 변수가 많은 토지 보상과정을 예상치 못하고 업자의 말만 맹신했다가 결국에 큰돈을 날리고 말았다.
알고 보니 김씨 외에도 업자들의 꾐에 빠져 2~5배 비싼 가격에 토지를 매입한 외지인들이 많았다. 보상가가 5만원인 임야를 심지어 30만원에 산 경우도 있어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손해로 이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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