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으로 차익 남기는 재개발지역 다세대 경매
강동구에서 대형음식점을 운영하는 임◌◌씨(42)는 1억 원 정도의 여유자금으로 중장기 투자용 부동산으로 소형주택 경매 투자에 관심이 많았다. 경매 학원에서 배운 경매 실전투자 교육을 바탕으로 권리분석이 어렵지 않은 다세대주택 입찰을 준비하고 있었다. 2년 전부터 꾸준히 수도권 일대에서 재개발·뉴타운지역으로 지정된 소형 다세대 경매물건을 낙찰 받아두면 투자용으로 괜찮을 것이란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경매정보 사이트를 검색하며 경매물건을 찾던 중 마침 경기 시흥시 은행동의 다세대주택이 눈에 들어왔다. 4층 중 지하1층으로 대지지분 44㎡, 건물 65㎡ 다세대주택으로 감정가 1억3500만원에서 3회 유찰돼 최저가가 6912만원까지 떨어진 주택이었다. 주택에는 전입신고를 마친 3000만 원짜리 소액임차인이 거주하고 있었지만 낙찰 후 가장 먼저 배당받는 안전한 경매물건이었다. 게다가 이 주택은 뉴타운에 편입된 물건으로 개발 호재를 안고 있었다.
드디어 입찰 당일. 12명이 입찰경쟁을 벌여 8971만원을 써낸 임씨가 최고가매수인으로 결정됐다. 잔금을 납부하고 한 달 여 만에 임차인 명도를 마치고 40대 부부에게 보증금 2000만원, 월 35만원에 세를 줬다. 현재 이 주택은 은행뉴타운사업이 진행되며 지분 값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낙찰 시점에는 1억2000만원 수준이던 것이 현재는 1억6000만원을 호가한다. 낙찰 1년 반 만에 7000여만 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셈이다.
요즘 경매시장의 상한가 종목은 단연 소형 다세대주택이다. 도시 안의 낡은 단독과 소규모 공동주택은 재개발, 역세권 개발사업 등 도시재생사업의 테마 상품인 데다 소액 투자로 투자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게다가 전셋값 급등으로 내 집 마련에 대한 욕구가 커지는 가운데 소형주택 구입에 대한 관심이 다세대 쪽으로 확산돼 낙찰가가 감정가를 훌쩍 넘게 낙찰되며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다세대주택은 1개동의 연면적(지하주차장 제외)이 660㎡ 이하 4층 이하의 공동주택으로 흔히 ‘빌라’라 불리며 중산층이 많이 거주하는 소형주택으로 인기를 끌어왔다. 지난 90년대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도시 내 한옥 등 저층주택들이 하나 둘씩 철거되고 그 자리에 4층 높이의 다세대와 연립주택들이 건설되기 시작했다. 이후 값싸고 편안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용으로 자리 잡으며 도시 주거문화의 한 형태로 정착해 왔다.
오래되고 노후한 다세대가 경매시장 ‘에이스’가 된 이유는 재개발·뉴타운 호재를 노린 투자자가 늘었기 때문. 한 해에 경매에 부쳐지는 다세대주택만 전국적으로 1만 건에 달하고 낙찰가율 84%로 아파트(79%)보다 오히려 높다. 경쟁률은 4.5대 1로 아파트(5.6대 1) 다음으로 치열하다. 물량은 매년 서울·수도권 합쳐 8000건에 달한다. 그 중 재개발·뉴타운 등 호재 있는 다세대는 30% 안팎으로 약 3000건 정도가 재개발 등 돈 되는 경매물건이다.
실제 경매를 통해 값싸게 낙찰 받은 다세대주택이 재개발·뉴타운지역 안에 있어 아파트입주나 분양대상이 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허름한 주택의 몸값이 치솟기 시작했다. 역세권이거나 실거주 및 임대가 용이한 경우, 건축연한이 오래되지 않고 관리상태도 좋아 소액으로 아파트 못지않은 주거시설을 갖춘 경우 그리고 대지지분이 넓은 주택의 경우 낙찰가는 치솟고 한 물건에 최대 수 십 명이 몰려드는 기현상을 빚으면서 인기상종가를 보이고 있다.
다세대 경매는 두 얼굴을 가진 투자대상이다. 1억 원 대의 소액투자가 가능하고 소형주택이어서 임대수익이 높고 관리가 용이하다. 또 재개발 등 호재지역 안에 있으면 향후 주거환경개선이 기대되는 불량주택 밀집지역 물건을 저가에 매입해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 반면 대지지분이 너무 작으면 조합원 자격이 주어지지 않아 불리할 수 있고 이미 개발재료가 노출된 물건은 안전성은 높지만 고가에 낙찰돼 수익률이 저조하다. 따라서 호재가 확실한 주택은 여러 번 유찰을 기다리기보다 남보다 한발 앞선 투자가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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