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기사에서와 같이 공동투자는 개개인의 자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큰 규모의 물건을 비교적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고, 만약의 경우에 위험이 발생해도 그 위험이 혼자만의 몫이 아니라 투자자들에게 골고루 분산되기 때문에 비교적 위험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부동산컨설팅업체 역시 투자자금 조성이 용이하고 투자가담에 의한 수익배분 뿐만 아니라 투자기술 전수, 투자자문 등을 통해 소정의 수수료를 챙길 수 있어 공동투자자 모집 및 관리에 대한 유혹을 쉽사리 뿌리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공동투자가 그렇게 바람이 불 정도로 쉽고 간단한 문제일까? 여기에 교훈이 될 만한 사례가 있어 이를 소개하고 ‘공투’의 조건을 정립해보기로 한다.
부동산컨설팅회사를 운영하는 ‘H'씨.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부동산투자 및 컨설팅 분야에서는 당시만 해도 가히 독보적인 존재였다. 모든 언론매체에 단골로 등장하는 것은 물론 직접투자나 공동투자 실적을 통해 이름이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 잘 나가던 ‘H'씨에게도 시련이 닥쳤다. 2002년 말 투자자를 모집하여 경기 남서부 소재 개발제한구역내 토지(잡종지)에 투자한 것이 화근이 됐다. 당시 'H'씨는 적게는 5천만원에서 많게는 4억원까지 20여명으로부터 투자자금을 받고 여기에다 자기자금을 더하여 조성된 약 45억원을 기반으로 토지 6천6백여㎡를 사들였다.
* 투자자금 유입은 토지매입 이후에도 이루어진 것으로 매입 당시 자금은 45억원에 훨씬 미치지 못하였으나, 이 사안이 본 칼럼의 핵심 논제는 아니므로 이를 무시함.
물론 공동투자였지만 소유자는 ‘H'씨 단독명의로 하였다. 각각의 투자자들에게는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당해 물건 소유권이전등기 후 'H'씨를 채무자, 개별 투자자를 채권자로 하고 같은 날 또는 시일을 달리하여 근저당을 설정하였다.
토지를 매입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인근에 지하철이 들어오면 매입한 토지를 비롯한 일대가 주거지역 내지 상업지역으로 바뀐다는 것이었으나, 매입한 지 4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움직임이 없자 일부 성급한 투자자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어났다.
투자자들이 한둘이 아니고 수십명이다 보니 매입한 토지를 처분하여 투자자금을 회수하려는 방법도 의견이 분분하여 마땅치 않게 되었다. 결국 투자자 중 일부가 2006년 11월에 당해 토지를 경매신청하기에 이르렀고, 2007년 5월 감정평가액 약 46억7천만원에 경매시장에 나온 이 물건은 유찰과 변경(재감정 이유)을 거듭한 끝에 올해 3월에서야 낙찰이 되었다.
그러나 낙찰가가 28억원으로 감정가 대비 60% 수준에 불과하여 오랜 시간 자금이 투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이자는 고사하고 제 원금마저 회수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투자자를 모집하고 관리한 ‘H'씨는 형사 처벌되었음은 물론이다.
위 사례는 일반인들에게 공동투자의 위험을 알려주고 있지만 나름대로 공동투자의 조건 내지 지침을 내려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 사례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이른바 ‘공투’의 조건은 무엇일까?
첫째, 투자인원을 최소화함으로써 이해관계의 다양성에 기한 사정변경 가능성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듯 인원이 많을수록 이해관계가 얽히게 되어 제대로 된 방향타를 잡을 수가 없다. ‘공투’참여 인원은 7명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둘째, 투자자 조합은 철저한 신뢰관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돈 앞에서는 부모형제도 없다는 말이 있다. 하물며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들끼리의 비제도권내 조합이 그리 쉽겠는가 말이다. 설령 투자해서 손해를 봐도 한번쯤의 실수이겠거니 하고 눈감아줄 수 있는 그런 정도의 신뢰관계가 구축되지 않는 ‘공투’는 결코 순탄할 수 없다.
셋째, ‘공투’ 참여자들의 투자자금 한도를 제한하거나 규모를 정액화 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금이 제각각 다를 경우에는 투자자들간 발언 수위가 다르거나 목표하는 바가 달라질 수도 있다. 가급적 투자자금 한도를 정액화 하고 투자물건 규모에 맞춰 투자자를 모집할 필요가 있다.
같은 취지로‘공투’에 전 재산을 올인하는 사람은 달갑지가 않다. 배가 항로를 조금이라도 벗어나거나 감당할 수 있는 약간의 기상변화가 있는 경우에도 조급해하고 궁극적으로 항로이탈의 주범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투자원금 회수가 더뎌지거나 손실이 발생했다 해도 여유를 가지고 이를 지켜볼 수 있는 정도의 종자돈 투자자들이 ‘공투’에 적합한 부류다. 그런 의미에서 ‘공투’자금은 3천만원 내지 7천만원 정도면 족하다.
넷째, 투자자금으로 쓰이는 용도가 어디까지인지 그 성격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 조합시 조성된 자금으로는 순수 취득비용에만 충당하고 기타 비용은 추가로 부담할 것인지, 아니면 취득 후 제세공과금, 담보대출이자, 보유과세, 운용수수료 등 제반 비용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할지 등을 분명히 하여야 한다.
전자의 경우에는 조성자금 전액을 기준으로 투자물건을 선정할 수 있겠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조성된 자금에서 예상되는 제비용을 제한 자금 범위내에서 투자물건을 선정하여야 한다는 차이가 있다.
다섯째, 투자기간 설정을 명확히 하여야 한다. 투자목적, 투자종목에 따라 6개월, 1년, 3년 등의 기간을 설정해 놓고 만약의 경우에 투자기간내 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된다면 미련 없이 투자자 조합을 해체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투자자 조합을 해체한다는 것은 결국 취득 부동산을 매각을 통한 투자자금 회수, 공유물 분할을 통한 지분 취득, 다른 ‘공투’참여자에게 지분을 양도하는 식으로 귀결될 것이다.
투자기간 설정 없이 지루한 항해가 계속되는 경우 필시 인내심이 부족한 투자자가 나오기 마련이다. 협의에 의한 해체가 불가능한 경우 이들에 의한 분쟁의 소지가 항상 도사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끝으로 투자자들의 안전장치를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취득주체를 누구로 할 것이냐 하는 것과도 관련성 있는 내용이다. 위 사례와 같이 취득자를 ‘H’씨 단독명의로 하는 경우와 공동투자자 모두의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경우를 상정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단독명의로 하는 경우에는 다른 투자자는 해당 부동산에 근저당을 설정하거나 가등기(매매예약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 대물반환예약을 원인으로 하는 담보가등기) 형식을 빌어 투자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방법이 있다.
근저당을 설정하는 경우에는 유사시 경매신청을 통한 채권회수가 용이하다. 다만 근저당 설정 등기시 각각의 투자자들이 설정 순위를 달리하면 안되고 동순위로, 즉 접수번호가 같도록 해야 한다는 것에 유념하여야 한다.
가등기 중 담보가등기의 경우는 근저당과 같은 논리로 이해하면 되지만,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는 취득 부동산이 토지거래허가구역내에 있는 것이라면 가등기권자 각각 토지거래허가요건을 갖추어야 하고 토지거래허가서를 첨부하여야 등기가 가능하다. 허가요건을 갖추지 못한 투자자의 경우는 부득이 담보가등기나 근저당을 설정하여야 하므로 이해관계가 다소 복잡해질 수 있다.
투자자 모두의 공동명의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이 단독명의보다는 안전한 방법이 될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취득 부동산이 토지거래허가 대상이라면 투자자 개개인이 모두 토지거래허가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거래허가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애시당초 투자자 조합부터 배제하는 것이 낫지만 투자자 모집 후 물건을 선정하여 취득한 구조라면 가등기에서와 같은 다소 복잡한 구도로 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투자자 인원을 최소화하여야 한다는 첫 번째 조건과도 부합되는 일이다.
‘공투’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 조금은 깨달았을 것이다. 이처럼 공동투자는 그 성격상 다수가 투자에 참여하기 때문에 투자자 조합에서부터 투자자금 모집, 투자 및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투자자들의 복잡다단한 의사가 개입되게 된다.
서로 이해관계가 다르고 추구하는 바가 다를 경우에는 투자자금이 조성돼도 투자의사결정이 지연되어 타이밍을 놓칠 수 있고, 투자를 했다한들 목표이익에 근접하지 못하거나 터무니없는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 투자자들 사이에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 위에서 언급한 사례는 경매정보를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한 것이므로 실제 내용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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