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나 민간업체에서 제공하는 경매정보는 대부분 감정평가서를 기반으로 한다. 물론 임대차 내역이나 등기부등본 또는 등기부등본 외적인 권리관계를 제외하고 말이다.

감정평가서에도 점유현황이 있지만 이는 감정평가 주체가 육안으로 확인한 점유현황에 불과할 뿐 임대차에 대한 세부내역은 아니다. 점유자가 임차인인지 소유자 또는 채무자인지에 대한 현황조사는 집행법원의 몫이지 경매물건의 감정을 의뢰받은 감정평가사나 감정평가업체의 몫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감정평가 주체가 세부적인 권리관계까지 열람하거나 조사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육안으로 확인된 권리, 예컨대 분묘 소재, 건물 또는 토지만의 경매(법정지상권), 경매대상에 수목 포함 여부, 제시외 건물 소재 여부 등을 제외한 다른 권리관계까지 기록되지는 않는다.


즉 감정평가서에는 경매물건 평가의견을 비롯하여 토지 및 건물평가표(평가내역), 평가요항표, 지적현황, 위치도 및 사진자료 등 지극히 사실적이고 시각적인 자료들이 담겨져 있다. 토지 평가표에는 인근 표준지와의 위치나 접도조건 등을 비교해 토지가격을 평가한 내역이 있고, 건물 평가표에는 내구연수, 경과연수나 구조 등을 통해 건물가격을 평가한 내역이 있어 물건가치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쓰인다.

감정평가서를 통해 건물평가 시 평가에서 제외되는 물건(입찰외 물건)이 있는지, 접도조건 및 교통여건은 어떠한지, 지적상 맹지는 아닌지, 점유현황 및 건물이용현황은 어떤지 등을 파악할 수가 있다. 특히 평가요항표를 보면 토지 및 건물 이용 상태, 토지에 제약된 공법상규제사항, 분묘소재 여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수록돼 있다.

감정평가서에 수록된 이러한 정보들을 보고 해당 경매물건에 대한 입찰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 예컨대, 입찰외 물건(건물, 수목, 기계 등)은 제시외 물건과 달리 감정평가 되지 않고 경매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은 물건이므로 법정지상권이 성립할 여지가 있어 신중을 기하여야 하는 물건이다. 또한 공법상 용도규제가 심해 건물 신축이나 용도변경 등 토지활용도에 대한 제약이 심한 경우에는 그만큼 토지가치가 떨어진다고 여기면 된다.

기타 접도조건(토지의 도로접면조건), 토지형상, 분묘 또는 철탑의 소재 여부 등 모두가 입찰가 및 입찰 여부를 결정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만큼 감정평가서를 통해 꼼꼼히 살펴봐야 할 내용들이다. 도로가 접하지 않은 토지, 즉 맹지라면 토지활용도나 토지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쯤은 상식이다.

또한 경매정보 또는 감정평가서에 보면 감정평가시점(이하 ‘감정기일’이라 함)이 기재되어 있는데 이 역시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대목이다. 경매물건은 경매를 위한 감정평가가 이루어진 후 대개 4개월 내지 6개월이 지나야 경매시장에 등장하기 때문에 감정기일이 언제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경매 완전 초보자만 모를 뿐이지 대부분의 입찰자들이 알고 있듯 감정평가액과 시세는 다르기 때문이다.

감정기일 후 4~6개월이 흐르는 동안 부동산시장이 호황이라면 감정평가액보다 매각기일의 시세가 비슷하거나 높게 나타난다. 따라서 1회 유찰만으로도 입찰 적정시점이 되거나 심지어 경매시장에 처음 등장했을 때 입찰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반대로 부동산시장이 불황이라면 매각기일의 시세보다 감정가액이 높게 평가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경우에는 감정평가액보다 낮은 시세 기준을 적용하여 최소한 1회 이상 유찰이 된 다음에야 입찰여부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감정평가액이 시세는 아니기 때문에 감정평가액만 믿고 무작정 입찰하기보다 매각시점 시세를 조사하여 입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원칙을 말하고자 함이다.

이렇듯 감정평가서에 기반하는 경매정보들만 꼼꼼히 살펴도 빠질 수 있는 경매함정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물론 감정평가서라고 100% 정확하거나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간혹 시세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터무니없는 가격에 평가되거나 경매대상 물건과는 다른 물건을 평가한 사례도 있다. 또한 지분경매의 경우 지분계산을 잘못하여 평가해 이 잘못되어 평가되거나 엉뚱한 사진을 촬영해 감정평가서에 수록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들은 지극히 이례적인 것이고 이러한 물건을 낙찰 받았을 경우 물건의 하자에 대한 담보책임(매각불허가, 매각허가에 대한 이의신청, 대금감액 등)을 법원에 물을 수 있으므로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결국 감정평가서나 매각물건명세서 등 각종 정보를 통해 이미 공개된 사항으로서 입찰자 본인이 확인을 게을리 해서 빠진 함정, 즉 담보책임을 물을 수 없는 함정이 문제가 된다. 그만큼 한 치도 소홀함이 없이 살펴봐야 할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감정평가서이다.<경매박사 이영진의 '손에 잡히는 경매'(한스미디어, 2018년 4월 출간) 중 일부 발췌>


카페: 이영진 교수의 손에 잡히는 경매(http://cafe.daum.net/ewauction)
(주)이웰에셋(www.e-wellasset.co.kr) 문의: 02-2055-2323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