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돌담의 보전 및 전승 방안 세미나 열려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제주의 밭담이 단 한 곳도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다며 문화재 지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강 전 이사장은 "한라산과 돌담이 갖는 공통점이 몇 가지 있다"며 그중 하나가 "동네 심방('무당'을 뜻하는 제주어) 알아주지 않는 것처럼 한라산이나 돌담도 흔하게 여겨 그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돌담은 한라산, 오름, 해녀, 돌하르방과 더불어 제주도를 대표하는 상징물이다.
제주 사람들은 소와 말을 집 안에 가둬 기르지 않고 집 밖에 풀어놓아 길렀는데, 마소의 침입을 막고 거센 바람으로부터 화산회토가 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집·밭·무덤 주변에 돌담을 둘렀다.
집 울타리의 돌담을 '집담' 또는 '울담', 밭의 돌담을 '밭담', 무덤의 돌담을 '산담'이라 일컬었다.
집담과 밭담이 서로 이어져 '올레'라는 골목길이 생겼고, 크고 작은 올레는 다른 지역에서는 느끼기 힘든 은은하면서도 정겨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산과 들에 시커먼 현무암을 쌓아 구불구불 끝도 없이 이어진 돌담은 마치 검은 용이 용틀임을 하는 듯하다 해서 흑룡만리(黑龍萬里)라는 명칭도 붙여졌다.
특히 밭담은 2013년 1월 국가중요농어업유산, 2014년 4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

그는 "지난 2006년 10월 문화재청이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의 돌담을 등록문화재로 지정 예고까지 했지만, 마을 주민들의 반발로 문화재 지정이 무산된 바 있다"며 "당시 마을 주민들은 마을 안에 초가와 연자방아가 문화재로 지정돼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많은 상황에서 마을 전체가 문화재로 지정되면 생활의 불편이 심하다며 반대했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사실상 제주 돌담의 문화재 지정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강 전 이사장은 "특정 지역 해당 농민만이 아닌, 제주도민 전체에게 돌담은 보호해야 할 소중한 자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우선으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하가리 사례를 고려해 지역 주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추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직접적으로 주민들과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곳으로 구좌읍 월정리 진빌레 밭담 길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은 세계자연유산 지구로 지난 2007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핵심지역의 사유지는 국가와 제주도에서 모두 매입한 곳이다.
강 전 이사장은 "무엇보다 이곳은 제주 돌담의 원형이 잘 남아있는 제주 밭담 농업 시스템의 핵심 권역으로 돌담의 경관 가치가 높고 돌담을 문화재로 지정할 경우 안성맞춤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강 전 이사장은 제주도 차원의 돌담 보존 대책으로 경관 보전 직불제도 시행, 돌담의 참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관광 상품 개발 필요성 등을 함께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