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교 광운대 교수가 쓴 '짱깨주의의 탄생' 출간
"중국을 혐오만 하면 과거 머물 뿐…있는 그대로 보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짱깨'를 검색하면 '자장면'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는 뜻풀이가 나온다.

하지만 세간에서는 중국이나 중국인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짱깨'를 쓰기도 한다.

중국 푸단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희교 광운대 교수는 신간 '짱깨주의의 탄생'에서 "짱깨는 서구 인종주의가 지닌 혐오를 그대로 품고 있다"며 국내에 '짱깨'를 혐오하고 차별하는 것은 자유이자 권리라는 논리가 팽배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짱깨'라는 개념에 나름의 역사성이 있다고 본다.

사대 대상이었던 청이 망하고,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로 삼으면서 중국인을 '더럽고 시끄럽고 악착같은 사람'으로 무시하는 행태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인을 무작정 혐오하는 '짱깨주의'가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

저자는 "혐오는 혐오를 부추기는 세력과 사회구조가 있기 때문에 혐오하는 사람을 비난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짚는다.

그가 분석하기에 '짱깨주의'에는 몇 가지 '프레임'이 존재한다.

중국은 미개하고 나쁘다는 '유사인종주의', 중국이 패권을 추구할 것이라는 '신식민주의체제 옹호', 중국인이 제주도를 집어삼킬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나타나는 '자본 문제' 등이다.

이러한 프레임이 드러난 사례가 시진핑 국가주석을 독재자로 인식하는 경향이다.

저자는 한국 언론이 중국을 꾸준히 독재 국가로 규정해 왔지만, 이는 서구 민주주의를 표준화한 결과물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시진핑이 권력을 세습하지 않았기에 전통적 개념의 '황제'는 아니며, 시진핑이 중국을 마음대로 통제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또 중국 지방정부 권력은 생각보다 강하며, 공산당 내부에서 노선 논쟁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짱깨주의'는 이른바 '보수'나 '극우'를 지향하는 세력 사이에만 퍼져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진보 진영에서도 유통된다는 것이 저자 판단이다.

그 근거로 진보 진영 사이에도 민주주의를 단일한 가치로 보는 '자유주의적 보편가치 우선주의'가 자리 잡았고, 중국이 완벽한 사회주의 국가로 나아가지 못한 데 대한 실망감이 있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중국을 서구에 기운 잣대로 평가하고 멸시하는 '짱깨주의'는 한국이 여전히 '전후 체제'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이어 중국을 배제한 '샌프란시스코 체제'와 중국을 세계경제 체제에 편입한 '키신저 시스템'으로 구축된 전후 체제를 벗어나 '평화 체제'로 나아가야 새로운 중국 담론을 만들 수 있다고 역설한다.

그는 미국과 중국 가운데 한쪽에 서라는 식민주의 프레임에서 탈피해 "중국을 있는 그대로 보라"고 주문한다.

그래야 미국 중심 신냉전 체제와 작별하고 다자주의에 대응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중국 혐오'가 우리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관점이라는 저자 지적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하지만 중국과 '탈식민주의적 연대'를 요구하는 저자 시각은 다분히 논쟁적이다.

저자의 중국관은 과연 진실에 가까운지 의심이 생긴다.

중국의 어두운 면이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보리. 676쪽. 3만3천원.
"중국을 혐오만 하면 과거 머물 뿐…있는 그대로 보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