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뼈 피로골절로 항저우AG 불발…라켓 못 잡는 김에 '파워 키우기' 집중
"난 아직 만 열일곱…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 내야죠"
"2024년 파리 올림픽에 나갈 수 있게 지금부터 착실하게 준비하겠습니다!"
5개월 만에 손목 부상을 털어내고 돌아온 신유빈(18·대한항공)은 27일 인천 대한항공 탁구단 훈련장에서 가진 복귀 기자회견에서 당차게 말했다.

지난해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 선전을 펼쳐 스타로 떠오른 신유빈은 그해 10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여자 단식 은메달, 단체전 은메달을 따내며 탁구 팬들의 기대감을 부풀렸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손목 피로골절 부상으로 기권했다.

매일 강훈련을 거듭하며 자신을 몰아붙인 게 독이 됐다.

대가는 컸다.

신유빈은 2022년도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하지 못했고, 올해 열리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청두 세계선수권대회 도전이 무산됐다.

탁구에만 푹 빠져 살아온 신유빈에게 깁스를 한 자신의 손목을 보는 것은 그 자체로 힘든 일이었다.

신유빈은 "팀 선배 언니들이 탁구를 치는 것을 보면서 나도 빨리 치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면서 "내가 탁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다시 한번 느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신유빈은 아시안게임을 놓친 아쉬움을 훈련으로 일찍 씻어냈다.

깁스를 풀자마자 바벨을 들고 스쾃, 데드리프트 등으로 코어 근육을 키워나갔다.

라켓을 당장 못 잡는 김에 세계 톱 레벨 선수들을 상대하면서 중요성을 실감한 파워 키우기에 집중했다.

"유빈이의 스쾃 무게가 75㎏에서 100㎏으로 늘었다"고 조언래 코치는 귀띔했다.

신유빈은 "도쿄 올림픽 때 경기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면서 "다시 올림픽을 바라보고 있다.

파리에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신유빈이 스포트라이트에서 잠시 벗어난 사이 여자탁구계에는 '신성'이 등장했다.

중학교 졸업 뒤 곧바로 실업팀에 입단하는 등 신유빈의 발자취를 따라온 1년 후배 김나영(17·포스코에너지)이 올해 종별선수권대회에서 3관왕에 오르고 아시안게임 대표선발전을 1위로 통과하는 등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신유빈과 원래 경쟁 구도를 형성했던 '에이스' 전지희(30·포스코에너지)도 허리 부상에서 막 복귀해 새로 출범한 프로탁구(KTTL)에서 건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신유빈은 "(김)나영 선수가 굉장히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어서 나도 기분이 좋다"면서 "앞으로 대한민국 탁구를 같이 빛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유빈은 이제 탁구계 막내가 아닌 점에 대한 생각을 계속 묻자 "저 아직 (만) 열일곱이에요"라며 억울하다는 듯한 표정을 장난스럽게 지어 취재진을 웃게 만들었다.

신유빈은 내달 3일 미국에서 열리는 월드테이블테니스(WTT) 피더 시리즈에서 복귀전을 치른다.

피더 시리즈는 우승 랭킹 포인트가 150점으로 컨텐더(400점), 스타 컨텐더(600점) 대회보다 많이 낮은 대회다.

수준이 높은 대회는 아니지만, 그래도 신유빈은 크게 욕심을 내지 않고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에 집중할 계획이다.

신유빈은 "피더 시리즈에서 내가 연습했던 대로 좋은 경기 내용을 보여주는 게 목표"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조 코치는 "일단 가서 컨디션을 지켜보고, 괜찮다 싶으면 본격적으로 랭킹 포인트 관리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피더 대회를 마치면 5월 말 열리는 KTTL 플레이오프에서 대한항공의 우승 도전에 힘을 보태야 한다.

현재 3위에 올라있는 대한항공은 플레이오프 진출이 유력하다.

신유빈은 "나도 빨리 (완전히) 회복해서 프로탁구 경기를 뛰며 경쟁력을 더 키우고 싶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