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어로' 국가무형문화재 지정…보유자·보유단체는 인정 안 해
갯벌서 조개·낙지 잡는 전통기술 이젠 엄연한 무형문화재
갯벌에서 맨손이나 도구로 조개·굴·낙지 등 해산물을 잡는 전통기술이 국가무형문화재가 됐다.

문화재청은 한반도 서해안과 남해안 갯벌에서 패류와 연체류를 채취하는 어로 기술, 전통지식, 공동체 조직문화, 의례·의식을 아우르는 '갯벌어로'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로써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전통 어로 방식은 대나무 발을 치거나 돌을 쌓아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한 물고기를 얻는 도구와 방법인 '어살'(漁箭)을 포함해 2건으로 늘었다.

문화재청은 갯벌어로가 어살처럼 널리 전승되는 문화라고 판단해 특정 보유자와 보유단체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례로는 '아리랑', '씨름', '김치 담그기', '장 담그기' 등이 있다.

갯벌서 조개·낙지 잡는 전통기술 이젠 엄연한 무형문화재
갯벌은 다양한 해산물의 보고이자 우리나라 음식문화의 기반이 되는 공간이어서 예부터 '바다의 밭'으로 인식돼 '갯벌밭'이나 '굴밭' 등으로 불렸다.

지금도 해안 마을에서는 어촌계를 중심으로 갯벌을 공동 관리하고 있다.

자율적으로 해산물을 채취하지 않는 금어기를 설정하고, 치어를 방류하며 갯벌과 생물을 보존한다.

갯벌 중 일부는 도립공원이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기도 하다.

문헌에서 우리나라 갯벌어로 역사의 기원을 찾기는 어렵지만, 선사시대 패총 유적에서 굴, 꼬막, 바지락 껍데기가 많이 발견돼 아주 오래전부터 활발히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패총은 조개껍데기가 쌓인 무더기를 뜻한다.

또 조선 후기 문인 정약전은 어류학서인 '자산어보'에 갯벌에서 나오는 조개와 연체류를 상세히 기록해 두기도 했다.

민간에서는 갯벌어로와 관련해 고유한 공동체 의례를 전승해 왔다.

일례가 '조개 부르기'나 '굴 부르기' 등으로도 일컬어지는 '갯제'로, 마을 주민들이 해산물을 많이 수확하기를 기원하며 조개·굴을 인격화해 갯벌에 불러들이는 의식이다.

이 밖에도 풍어(豊漁)를 예측하는 '도깨비불 보기', 굴과 조개를 채취한 뒤 주민들이 함께 노는 '등바루놀이', 어장 고사인 '도깨비 고사'가 각지에서 행해졌다.

갯벌어로는 해류, 조류, 지형, 지질에 따라 방식이 조금씩 다른 점도 특징이다.

고운 흙·모래·자갈 등 갯벌 성분도 어로 도구와 방법에 영향을 미쳤다.

펄갯벌에서는 뻘배를 이용했고, 모래갯벌에서는 긁게나 갈퀴를 썼다.

여러 성분이 섞인 혼합갯벌에서는 호미·가래·쇠스랑 같은 농기구를 활용했고, 자갈갯벌에 갈 때는 쇠로 만든 갈고리인 조새를 지참했다.

갯벌서 조개·낙지 잡는 전통기술 이젠 엄연한 무형문화재
문화재청 관계자는 "갯벌어로에는 자연을 채취 대상이 아닌 인간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공존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전통적 자연관이 투영돼 있다"며 "다양성·역사성 등 여러 면에서 문화재로 지정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대를 거쳐 꾸준히 전승되는 다양한 어로 관련 전통지식을 추가로 발굴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갯벌서 조개·낙지 잡는 전통기술 이젠 엄연한 무형문화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