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검영대 커크 라슨 교수 '전통, 조약, 장사: 청제국주의와 조선'
19세기 후반, 조선과 중국 청나라의 관계에는 전통적인 조공 체제가 작동했다고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두 나라의 관계에서 조공체제보다는 제국주의 논리가 작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동아시아 질서 개념으로 통용되는 조공체제가 적어도 19세기 후반 조선과 청나라 사이에서는 성립되지 않았으며 청이 조선과 관계를 맺게 된 동기·전략·성공·실패는 당대 제국주의 국가의 속성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 브리검영대 역사학과 커크 W. 라슨 교수는 연구서 '전통, 조약, 장사: 청 제국주의와 조선, 1850-1910'(모노그래프)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저자는 청이 보수적으로 조공 체제나 존 킹 페어뱅크가 주창한 '중화적 세계 질서'의 가치를 지키려고 했다는 일반적 견해를 강하게 거부한다.

그는 청 제국이 다양한 방식으로 제국의 안팎에 있는 무수한 집단·국가·민족을 상대했고, 그들 중 다수가 중국 중심의 조공 체제라는 틀 안에 쉽게 적응하지 않았으므로, 단일한 중화적 세계 질서라는 개념은 허구라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청은 세계의 다른 제국과 마찬가지로 거대한 다민족 제국을 운영하기 위해 여러 가지 복잡한 이념과 관행을 다양하게 활용했다.

제국의 경계를 표시하기 위해 근대적인 지도제작법을 활용했고, 청 제국 국경 안팎의 다양한 민족을 관찰하고 분류했으며, 확보한 영토의 지배를 공고히 하기 위해 집단 이주와 식민지 건설을 장려했다.

또한 청의 관료들은 유럽이 만든 '비공식 제국'(informal empire)과 불평등 조약의 틀을 활용해 조선에서 청의 권력을 확대하고 한반도에서 중국인의 상업적 이익을 증진하려고 노력했다.

비공식 제국이란 제국주의 세력이 군사적 위협을 바탕으로 영토의 직접적인 지배 없이 '불평등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활용해 경제적으로 한 나라를 지배하는 형태를 말한다.

서구 열강이 청에 그러했듯, 청의 정책 입안자들도 조선 문제에 관한 한 조약과 국제법이 조선에서 자국민의 안전과 상업적 이익을 증진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청 제국이 서구의 여러 열강과 함께 조약과 국제법을 활용해 상업적 이득을 취하면서 조선에 대한 일본의 야욕을 청일전쟁 이전까지는 효과적으로 제어했다고 주장한다.

책은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해외 한국학 지원사업 지원을 받아 번역 출간됐다.

양휘웅 옮김. 548쪽. 2만9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