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준PO에서 공·수·주 맹활약…이견 없는 시리즈 MVP
싹쓸이 적시 3루타에 슈퍼 캐치 2개…배터리 뒤흔든 주루플레이까지
두산이 56억원을 안긴 이유…가을야구에서 증명한 정수빈
2020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정수빈(31)은 스토브리그에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외야수 자원이 부족했던 한화 이글스는 정수빈에게 거액을 제시하며 FA 시장을 흔들었다.

한화는 계약기간 4년에 보장 금액으로만 40억원을 약속해 정수빈을 무난하게 잡는 듯했다.

그러나 원소속 팀 두산은 무려 6년 최대 56억원을 안기며 정수빈과 계약했다.

두산은 그동안 FA 계약의 기준으로 통했던 4년의 계약기간이 아니라 6년을 보장하며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예우를 갖췄다.

강팀으로서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반드시 정수빈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주변에선 '오버페이' 논란도 있었다.

정수빈은 2009년 데뷔 후 풀타임을 뛰면서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한 게 단 한 시즌(2014년)뿐이었다.

그러나 두산은 기록의 이면을 바라보며 정수빈의 가치를 판단했다.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플레이와 두려움 없이 뛰는 주루플레이, 포스트시즌마다 결정적인 활약을 하는 '해결사 본능'을 높이 평가했다.

거액을 받고 두산에 잔류한 정수빈은 올 시즌 초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두산이 56억원을 안긴 이유…가을야구에서 증명한 정수빈
8월까지 1할대 타율을 기록하는 등 극심한 타격 난조에 시달렸다.

그러나 정수빈은 가을이 되자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가을만 되면 맹활약을 펼쳤던 정수빈은 올해에도 포스트시즌(PS)에서 빛났다.

지난 2일 키움 히어로즈와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에서 6타수 3안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팀을 준플레이오프(준PO)로 끌어올렸고, 4일 LG 트윈스와 준PO 1차전에선 결승타를 포함해 4타수 2안타 1타점 1도루를 기록했다.

타석에선 고감도 타격으로 상대 마운드를 흔들었고, 출루 후에는 쉬지 않고 도루를 시도하며 상대 배터리의 혼을 뺐다.

준PO 최종전인 3차전에서도 정수빈의 진가는 여실히 드러났다.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정수빈은 공·수·주에서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을 펼쳤다.

1회 선두타자로 출전해 중전 안타로 출루한 뒤 상대 선발 임찬규의 폭투 때 2루로 뛰어 스코어링 포지션을 만들었다.

그리고 호세 페르난데스의 우중간 적시 2루타 때 선취점을 올렸다.

그는 3-1로 앞선 4회 2사 1, 3루에선 상대 팀 두 번째 투수 앤드루 수아레즈를 상대로 중전 적시타를 때려 천금 같은 타점을 올렸다.

두산이 56억원을 안긴 이유…가을야구에서 증명한 정수빈
무엇보다 정수빈은 수비에서 빛났다.

그는 1회 상대 티 선두 타자 홍창기의 타구를 몸을 날려 잡으면서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다소 짧은 안타성 타구였는데, 빠른 판단을 내린 뒤 쏜살같이 달려 공을 잡아냈다.

정수빈의 호수비는 2회에도 나왔다.

그는 1사 구본혁의 우중간 안타성 타구를 다시 몸을 날려 잡았다.

두산이 56억원을 안긴 이유…가을야구에서 증명한 정수빈
정수빈의 호수비는 아웃카운트뿐만이 아니라 기세까지 가져왔다.

백미는 5-1로 앞선 5회초 공격에서 나왔다.

정수빈은 이날 경기의 카운트 펀치를 날렸다.

2사 만루 기회에 타석에 들어간 정수빈은 상대 팀 네 번째 투수 이정용을 상대로 우익선상 싹쓸이 쐐기 적시 3루타를 터뜨리며 포효했다.

두산이 56억원을 안긴 이유…가을야구에서 증명한 정수빈
경기의 승부를 가르는 한방이자 본인의 존재가치를 알리는 짜릿한 장타였다.

이날 정수빈은 5타수 3안타 4타점 1볼넷 2득점을 기록했다.

그는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투수 앞 땅볼로 아웃됐는데, 두산 관중들은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정수빈을 향해 기립박수를 쳤다.

그는 준PO 3경기에서 13타수 6안타 타율 0.462에 1볼넷 1타점 2득점을 올렸다.

정수빈이 준PO 최우수선수상(MVP)을 받는 데는 큰 이견이 없었다.

정수빈 준PO MVP 기자단 투표에서 72표 중 56표를 싹쓸이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