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 넘어선 인교돈…백혈병 이겨낸 이케에

세계 랭킹 6위 조구함은 준결승에서 2위 폰세카를 업어치기 절반으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경기 종료 후 두 선수는 서로를 뜨겁게 포옹했다.
조구함은 눈물을 쏟았고, 이어 폰세카가 조구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폰세카는 경기 도중 왼손에 이상이 생겼다.
당시만 해도 경련 정도로 알려졌지만 알고 보니 왼쪽 엄지손가락이 탈구됐다.
한쪽 손을 쓰지 못한 폰세카는 결국 경기 종료 18초를 남기고 조구함에게 업어치기 절반을 내주고 무릎을 꿇었다.
폰세카의 엄지손가락 탈구는 그가 이전에 겪었던 불행과 비교하면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다.
30일 미국 NBC 스포츠에 따르면 폰세카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앞두고 암 선고를 받았다.
훈련 도중 무릎을 다쳐 병원을 찾았다가 왼쪽 발에서 암세포가 발견됐다.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종이었다.
그것도 악성이었다.
폰세카는 "올림픽을 앞두고 신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매우 자신 있었고 준비가 잘 돼 있었다.
그런데 그 소식을 접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대회를 17위로 마쳤다.
하지만 폰세카는 다시 일어섰다.
그는 2017년과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연거푸 우승을 차지해 세계 유도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세계 랭킹을 2위로 끌어올리며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100㎏급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고난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폰세카는 지난 6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암 환자들은 면역 체계가 저하되기 때문에 코로나19에 훨씬 취약한 편이다.
하지만 코로나19도 폰세카를 주저앉히지 못했다.
폰세카는 도쿄올림픽에 출전해 준결승까지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준결승에서 엄지손가락이 탈구됐다.
이로 인해 준결승에서 패했지만 폰세카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캐나다 선수를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포르투갈의 이번 대회 첫 메달이었다.
림프종과 코로나19, 엄지손가락 탈구 등 세 겹의 불행도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그의 집념을 꺾지 못했다.
그는 "도쿄올림픽은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면서 "나는 이제부터 2024년 파리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훈련할 것이다.
왜냐하면 난 최고가 되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태권도 남자 80㎏ 초과급에서 동메달을 따낸 인교돈(29)이다.
올림픽 출전이 처음인 인교돈은 준결승에서 북마케도니아의 데얀 게오르기예프스키에게 6-12로 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동메달 결정전 승리로 시상대 위에 우뚝 섰다.
인교돈은 스물두 살이었던 2014년 8월 림프종 진단을 받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2019년 완치 진단을 받았다.
그는 "운동을 다시 시작할 때만 해도 올림픽이란 단어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면서 "시간이 흘러서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다.
투병하시는 분들이 저란 선수로 인해 힘내셔서 잘 이겨내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맥도웰은 2011년 호지킨 림프종 진단을 받고 좌절에 빠졌다.
항암 치료가 힘들어 운동을 중단할까 고민했지만, 가족의 응원으로 이겨냈다.
10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은 그는 '철인의 스포츠'로 불리는 트라이애슬론에서 미국 신기록을 세우고 6위에 올랐다.

그는 2016년 리우올림픽과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6개의 금메달을 따낸 스타였다.
하지만 2019년 2월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항바이러스제를 매일 복용하느라 체중이 15㎏ 넘게 빠지기도 했다.
지난해 5월 본격적인 연습을 재개했지만, 도쿄올림픽까지 시간이 부족했다.
그런데 그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이케에는 2회 연속 올림픽 물살을 가르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