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단 =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가 올림픽 2회 연속 '금빛 찌르기'를 성공하는 현장을 9년에 걸쳐 모두 지킨 구본길(32·국민체육진흥공단)은 2012년 런던의 추억을 떠올리며 당시 함께한 선배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구본길은 28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한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나 "런던의 형들이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길, 오상욱(성남시청), 김정환(국민체육진흥공단), 김준호(화성시청)로 구성된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이날 단체전 결승에서 이탈리아를 45-26으로 완파하고 한국 펜싱에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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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사브르 단체전으로 한정하면 2012년 런던올림픽에 이어 대회 2연패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땐 남자 사브르 단체전이 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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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길은 현재 맏형인 김정환과 더불어 한국 펜싱, 그리고 사브르의 전성기를 연 '런던 멤버'다.

그땐 대표팀의 막내로 김정환, 원우영, 오은석과 함께 한국 펜싱 최초의 올림픽 단체전 우승을 일구고, 이번엔 김정환과 두 동생의 사이에서 버텨줬다.

현재의 팀 구성으로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 3연패를 이루고 세계랭킹 1위를 고수해오며 '어벤져스'라는 별칭을 얻었지만, 구본길은 두 팀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엔 아직은 런던 멤버가 앞선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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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멤버는 정말 노련하고 전술적으로 강했다.

원우영, 오은석 형이 오상욱, 김준호가 올라올 때까지 기다려줘서 현재의 팀이 있는 것 자체가 형들의 덕분이다.

고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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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전 개인전 때 첫판인 32강전에서 마튀아스 스차보(독일)에게 불의의 완패를 당하며 돌아섰던 구본길은 이날 단체전에선 한결 나아진 경기력으로 타이틀 방어에 힘을 보탰다.

구본길은 "개인전에서 못 해서 경기력이 떨어졌는데, 간절함으로 버틴 게 지금의 이 금메달로 이어졌다.

제가 제 몸을 못 믿는데 선후배들이 하면 된다고 믿어줬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하지만 "팀 내 최고 미남은 누구로 생각하냐'는 질문엔 "제가 저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망설여 취재진의 폭소를 자아내더니 "김준호가 1위고, 나머지는 공동 2위"라고 수습해 또 한 번 웃음을 만들어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