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인정(계룡시청), 강영미(광주광역시 서구청), 송세라(부산광역시청)에 후보 선수 이혜인(강원도청)으로 구성된 한국 여자 에페 대표팀은 27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단체전 결승에서 에스토니아에 32-36으로 져 은메달을 획득했다.
앞서 개인전에서 김정환(국민체육진흥공단)의 남자 사브르 동메달 하나밖에 수확하지 못한 한국 펜싱의 이번 대회 첫 결승 진출을 이뤄내고, 여자 에페 종목에선 2012 런던올림픽에 이어 9년 만에 결승에 진출해 단체전 은메달을 가져왔다.
개인전에서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남긴 한국 펜싱에 단체전 첫 주자로 나선 여자 에페가 반등의 신호탄을 쐈다.

여자 에페 대표팀에선 지난해 3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국제그랑프리대회에 출전했다가 귀국한 뒤 선수 3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
이제서야 말할 수 있지만, 이번 대회에 출전한 멤버 중엔 강영미와 이혜인이 당사자였다.
지금은 코로나 대유행이 워낙 오래 이어지면서 확진자라고 밝히는 게 드문 일이 아니고 확진 사실을 알려도 위로를 더 크게 받는 세상이 됐으나 사태 초기인 당시엔 모두가 예민할 때라 확진 사실이 알려지면 따가운 시선이 뒤따랐다.
확진자의 동선 등이 낱낱이 공개될 때였다.
이들에겐 '국가대표 선수 중 첫 확진'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2016년부터 대표팀에서 여자 에페 선수들을 지도한 장태석 코치와 선수들은 더욱 똘똘 뭉쳐 단단해진 팀 워크로 올림픽 단체전 최고의 무대에 올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현재까지 금메달 3개를 싹쓸이한 양궁 대표팀을 비롯해 한국 선수단의 다른 메달리스트 중 직접 코로나에 걸렸다가 회복해 출전한 선수는 없었다.
세계랭킹 1위 중국을 꺾고 결승에 오른 기세를 마지막 한 판에서는 잇지 못한 채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지만, 여자 에페 대표팀은 한국 선수단 최초의 '코로나 극복 메달리스트'로 남게 됐다.
중국과의 준결승 승리를 자축할 때도, 에스토니아와의 결승전 패배를 위로할 때도 막 경기를 마친 최인정을 제외한 세 선수는 마스크를 끼고 피스트로 올라가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