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WBC·프리미어12서 늘 최대 라이벌…변함없는 흥행 보증수표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최대 난적인 일본을 풀리그에서 5-3, 준결승에서 6-2로 잇따라 격파하고 9전 전승을 달성하며 금메달을 수확했다.
한국 야구가 아시아 변방을 탈출해 세계 중심부로 진입한 일대 사건이었다.
2007년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일본에 베이징올림픽 직행 티켓을 내준 한국은 이듬해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2위로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이어 올림픽 본선에서 캐나다, 일본, 미국, 쿠바를 차례로 물리치고 시상대의 주인공이 됐다.

야구가 13년 만에 돌아온 올림픽 무대에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하는 한국은 당시 금메달 신화 제조기 김경문 감독을 다시 내세워 두 번째 금메달에 도전한다.
강력한 라이벌은 홈에서 첫 올림픽 금메달을 기대하는 일본이다.
WBC, 올림픽,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등에서 보듯 야구 한일전은 축구 한일전과 더불어 우리 국민들이 가장 흥미진진하게 바라보는 매치업이다.
일본의 프로야구 리그 수준과 선수층은 분명히 우리나라보다 높고 두껍다.

일본만 만나면 정신력을 새로 가다듬는 태극전사들은 주어진 조건을 뛰어넘는 숱한 명승부를 연출해왔다.
다만,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과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 한 경기를 믿고 맡긴 좌완 일본 킬러가 이번에는 없는 점이 한국으로서는 무척 아쉽다.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 산하 마이너리그)까지 그간 국제무대에서 한국 야구를 지탱해 온 왼손 선발 투수들이 미국으로 터전을 옮긴 바람에 마운드의 높이는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아졌다.
현재 KBO리그에서 뛰는 투수들이 얼마만큼 일본의 창을 봉쇄하느냐가 한국 대표팀의 운명을 좌우할 최우선 열쇠다.
톱니바퀴처럼 빈틈없이 맞물리는 계투 작전이 한일전의 승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당시 일본프로야구에서 뛰던 이대호(현 롯데 자이언츠)의 역전 2타점 결승타가 도쿄돔을 가득 메운 관중석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러나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1위로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2019년 2회 프리미어12에선 일본의 벽을 두 번이나 넘지 못했다.

두 번 모두 2점의 격차가 두 나라의 실력 차로 나타났다.
뒤로 갈수록 약했던 4년 전 프리미어 12의 구원진과 달리 2019년엔 시속 150㎞ 이상의 광속구를 뿌리는 불펜들이 우리 타자들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일본은 프리미어12 우승 멤버를 바탕으로 도쿄올림픽 최종 엔트리를 짰다.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다나카 마사히로(라쿠텐 골든 이글스)마저 가세해 투수진은 더욱 강해졌다.
A조 톱시드인 일본이나 B조 1번 시드인 한국 모두 가장 적은 5경기만 치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려면 조별리그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게 급선무다.
두 나라가 바람대로 조 1위를 꿰차면 도쿄올림픽 녹아웃 스테이지 대진에 따라 8월 2일 오후 7시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첫 번째 한일전을 치른다.
여기서 이기는 팀은 준결승으로 직행하고, 패하는 팀은 패자부활전을 거쳐 올라오는 팀과 준결승행을 다툰다.
한국이나 일본이 조 1위가 아닌 조 2, 3위로 밀리면 준결승에서나 한일전을 벌인다.
변형 패자부활전의 특성상 한국과 일본이 결승에서 또 대결할 가능성도 있다.
예년보다 약해진 전력에도 이나바 아쓰노리 일본대표팀 감독은 한국을 가장 경계한다.
상대방을 워낙 잘 아는 데다가 두 팀의 야구 컬러도 비슷하다.
일본에 여러 차례 치명타를 안긴 나라도 한국뿐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