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원 선배는 그냥 인정해야…공이 쪼개지는 줄 알았다"
원태인(21·삼성 라이온즈)이 '6승의 벽'을 뚫었다.

박동원(31·키움 히어로즈)과의 천적 관계는 깨지 못했지만, 웃으며 상대를 인정하기로 했다.

원태인은 6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과의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3피안타 5볼넷 1실점 하며 시즌 7승(3패)째를 거뒀다.

원태인은 "오늘도 썩 잘 던진 건 아니다"라고 했지만, 선발 투수가 최소 실점하며 5회를 채운 덕에 삼성은 3-1로 승리했다.

원태인에게 '7'은 다른 사람보다 더 행운이 깃든 숫자다.

지난해 원태인은 8월 4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시즌 6승째를 챙긴 뒤, 이후 13경기에서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8패를 당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영건으로 부상한 올해에는 7경기에서 6승을 거뒀다.

원태인은 4월 5경기에서 4승 1패 평균자책점 1.16으로 호투했고, 월간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5월 7일 롯데 자이언츠전(7이닝 5피안타 1실점), 13일 kt wiz전(7이닝 5피안타 무실점)에서도 승리를 챙겼다.

그러나 5월 19일 키움전에서 5⅔이닝 10피안타 7실점으로 고전하더니, 27일 NC 다이노스전(5⅓이닝 10피안타 6실점 5자책)에서도 부진했다.

허삼영 감독은 "원태인에게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등판을 한 차례 거르게 했다.

몸과 마음의 휴식을 취한 원태인은 5월 27일 NC전 이후 열흘 만에 선발로 다시 마운드에 섰고, 시즌 7승째를 거뒀다.

고졸 3년 차 원태인은 한 시즌 개인 최다승 기록을 일찌감치 달성했다.

그는 "앞선 2경기에서 부진하니 '올해도 6승에서 멈추는가'라는 말이 나왔다.

마음이 무거웠다며 "(포수) 강민호 선배가 NC전이 끝난 뒤 '부담감 내려놓고 편하게 하자. 다음 등판 잘 준비하면 된다'고 격려해주셨다"고 했다.

6일 경기가 끝난 뒤 강민호는 "고생했다"며 원태인과 진하게 포옹했다.

원태인은 "강민호 선배처럼 좋은 포수를 만난 건, 내게 큰 행운이다.

민호 선배 덕에 '6승 벽'을 뚫었다"라고 감사 인사를 했다.

사실 7승으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원태인은 1회말 1사 1루에서 볼넷 3개를 연거푸 내주며 선취점을 내줬다.

공교롭게도 1사 만루에서 '천적' 박동원과 풀 카운트(3볼-2스트라이크) 승부를 펼치다가 밀어내기 볼넷을 내줬다.

박동원은 5월 19일 대구 삼성전에서 원태인을 상대로 3연타석 홈런을 쳤다.

경기 뒤 원태인은 "솔직히 박동원 선배를 꼭 잡고 싶었다.

그런데 1회 1사 만루에서 제구가 흔들렸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원태인은 이어진 1사 만루에서 이용규와 송우현을 연속 범타 처리해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3회 2사 1루에서는 박동원에게 좌익수 쪽 2루타를 맞아 다시 위기에 몰렸다.

원태인은 "공을 쪼개지는 줄 알았다"며 "박동원 선배가 내 공을 정말 잘 치신다.

그냥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떠올렸다.

박동원에게 다시 장타를 허용하며 2사 2, 3루에 몰리긴 했지만 원태인은 이용규를 2루 땅볼로 잡고 실점을 막았다.

이날 원태인이 마지막으로 상대한 타자도 박동원이었다.

5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원태인은 박동원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고, 승리 투수 요건을 채웠다.

원태인은 "박동원 선배가 타석에 들어서는 데 강민호 선배가 '이번엔 잡아보자'라고 크게 외쳤다"며 "오늘도 내가 밀렸지만, 한 타석에서라도 잡아서 다행이다"라고 웃었다.

그는 "(2루수) 김상수 선배, (중견수) 박해민 선배 등 야수들의 도움 덕에 잘 버텼다.

야수 선배들께도 인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원태인은 1년 사이에 '신분'이 달라졌다.

이제는 '원태인의 등판 시점'이 프로야구계의 화두가 된다.

원태인은 즐긴 건 즐기고, 부담은 적당히 내려놓을 생각이다.

원태인은 "정현욱 코치님께서 '원태인 등판 일정을 묻는 사람이 많아졌다'라고 하시더라"며 "관심받는 선수가 된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이 부분은 즐기겠다"고 했다.

이어 "평균자책점 1.00까지 내려갔을 때는 나도 모르게 기록을 의식했다"라고 털어놓으며 내 목표는 10승이다.

그 이상을 거두면 보너스라고 생각할 것이다.

평균자책점도 '지난해에 4점대(4.89)였으니, 그 이하로만 내리면 되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원태인은 20대 초반이다.

실패도 자양분이 되는 나이다.

짧은 성장통을 겪은 원태인은 다시 웃으며 도약을 준비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