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M갤러리 개인전 '말보다는' 4일 개막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가면 전시를 소개하는 글 자료를 만나게 된다.

작가의 예술세계 이해를 돕는 친절한 글도 있지만, 때로는 작품을 더 어렵게 만드는 난해한 글도 있다.

화가이자 음악가이면서 배우로도 활동하는 백현진(49)은 오는 4일 종로구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개막하는 개인전 '말보다는'에서 전시 작품을 설명하는 글을 뺐다.

"관람객이 각자 보고 들리는 대로 감상하길 바란다"는 뜻에서다.

준비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작가의 의도가 그렇다면 관람객은 온전히 자신의 느낌대로 작품을 즐기면 그만이다.

작가가 표현하려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어도 감상은 결국 관람객의 몫이다.

이번 전시는 회화 44점, 설치 작품 9점 등 60개 작품으로 구성됐다.

전방위 예술가 백현진은 미술 작품 외에 음악, 영상, 공연,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로 전시를 구성했다.

전시를 위해 제작한 음악은 공간에 따라 스피커에서 흘러나오거나 관람객이 QR코드로 접속해 개인별로 들을 수 있다.

퍼포먼스와 라이브 음악 공연은 오는 19일과 다음 달 3일 펼쳐진다.

전시의 중심인 회화는 단순한 선과 면, 여러 도형의 조합으로 추상적인 형상을 이룬다.

이전 작업보다 더 간결하고 압축적인 느낌이다.

그림에 따라 어렴풋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지만, 상상은 자유다.

흰색과 검은색부터 파랑, 노랑 등 강렬한 원색까지 색채도 다채롭다.

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백현진은 "현대미술 전시에서 작품을 설명하는 많은 텍스트가 인상적이지 않았고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 같아서 이번에는 없었으면 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 DNA도, 태어나서 살아온 환경도 다르니 작품도 각자 느끼는 게 맞다"라며 "내가 만든 것이 전혀 쓸모없다고 해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전시 제목 '말보다는'은 언어로 표현 못 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그림이나 음악으로 전한다는 의미에서 나왔다.

작품 설명을 없앤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유화 물감을 주로 썼던 작가는 '생분해 가능한 것'이라는 제목의 회화 연작은 제목처럼 자연 분해되는 재료만 사용했다.

그는 "인류가 역병의 시기를 통과하면서 여러 생각을 했다"라며 "음악이나 연기와 달리 미술은 내가 재미있다고 계속 만들어내면 작품이 남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영원한 것에 대한 욕망으로 만들어진 재료인 유화 물감 대신 뒷동산에 던져 놓으면 사라지는 재료로 일부 작품을 만들었더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며 "앞으로는 그러한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홍익대 조소과를 중퇴한 백현진은 한국 인디밴드 1세대인 어어부 프로젝트와 프로젝트팀 방백의 멤버이자 싱어송라이터이다.

배우로는 영화 '경주'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드라마 '모범택시' 등에 출연했으며 '해피니스'에도 나온다.

미술가로는 한국,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지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지난 2017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 화가로 활동하는 연예인이 늘어나는 가운데 그는 "어떤 분이든 그림 그리는 것을 응원한다"라며 "나는 그저 내 볼일을 보는 것이고, 다만 창피한 것은 싫어서 성실하게 일하려고는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7월 3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