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이 1-0으로 앞서던 후반 45분, 골대 왼쪽에서 골라인 아웃되는 듯했던 공을 대구 공격수 에드가가 살려냈고 이를 홍정운이 문전에서 헤딩슛으로 마무리해 동점골을 넣었다.
공이 라인을 벗어났다고 지레 판단한 노동건이 머뭇거린 탓이 컸다.
결국 수원은 1-1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박건하 수원 감독은 그다음 광주FC전(수원 4-3 승)에서 양형모를 선발 골키퍼로 내보냈다.
박 감독은 노동건이 집중력에서 문제를 보였다고 판단했다.
문책성 선발 제외였던 셈이다.
충격요법의 긍정적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박 감독은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부 리그 FC안양과의 대한축구협회(FA)컵 16강전에서 노동건에게 다시 기회를 줬다.

승부차기에서는 상대 3, 4번째 키커로 나선 타무라와 하승운의 슈팅 방향을 완벽하게 읽어내며 선방 2개를 해냈다.
일주일 전 노동건 탓에 귀중한 승점을 날린 수원은 이날은 노동건 덕에 FA컵 8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주말 FC서울과 슈퍼매치를 앞두고 있어 박 감독은 전력상 한 수 아래로 여겨지는 안양과 경기를 반드시 90분 안에 끝낼 심산이었다고 한다.
박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노동건을 향한 여전한 믿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그는 "승부차기까지 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노동건이 승부차기에서 잘 막아 줄 것이라는 예상은 했다"고 힘줘 말했다.
노동건은 "(키커로 나선) 동생들이 잘 넣어줘서 부담이 줄었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수원의 성적이 한창 안 좋을 때 그도 덩달아 팬들로부터 비판을 많이 받았다.
적응이 더뎠던 프로 초기에는 실점이 잦아 별명이 '노(No) 동건'이었던 적도 있다.
물론 이 별명은 '예스(Yes) 동건'으로 바뀐 지 오래다.
수원은 올 시즌 K리그1에서 2위로 고공비행하고 있다.
팀의 부침과 굴곡을 제대로 경험한 노동건이기에 상승세가 시즌 끝까지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유독 크다.
노동건은 "수원에서 오래 뛰면서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이제는 자신감 붙은 어린 선수들과 (이)기제, (최)성근이 같은 고참급 선수들이 시너지를 내고 있다"면서 "FA컵 우승뿐 아니라 리그 상위권도 도전해 볼 만 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