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할 때만 돈 많이 버는 연예인
코로나19로 공연중심 가수들 어렵기도
배우, 역할 비중보다는 '작품'에 따라 인생 역전하기도
유튜버, 유명세보다 콘텐츠가 핵심
도대체 연예인들은 어떻게 돈을 버는 걸까? 필자는 수년간 유명 연예인들의 자산을 관리해 왔다. 일단 연예인이 돈을 많이 버는 건 맞다. 단, ‘유명’했을 때다. 일반인에 비해 적게는 수십배, 많게는 수백배의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일하는 일수와 수입의 단위가 비례하지는 않는다. 하루만 일해도 일주일동안 일한 일반인보다 많이 벌어들이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혹자는 이를 두고 ‘불로소득’이라 비꼬지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연예인이 짊어져야 하는 사회적 잣대에 비하면 그 돈이 꼭 많다고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학생들의 장래희망의 상위권에는 연예인이 오르기 시작했다. 얼마 전엔 유튜버가 인기 직업으로 떠오르더니, 최근엔 인플루언서를 희망직업으로 꼽는 학생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고 한다. 한마디로 유명해지고 싶다는 말이다. 사람들이 스스로 ‘관종’이 되고 싶어하는 이유는 뭘까. 필자는 ‘돈’ 때문으로 추측한다. 사랑과 관심도 받고 돈도 버는 직업이다보니 어느덧 선망의 직업이 돼버린 것이다.
현실도 과연 그럴까. 15년 넘게 연예인의 가까이에서 자산관리를 하고 있는 필자 입장에서 보면 연예인이 확실하게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는 ‘연예 활동’에 따른 게 아니다. 연예인은 단순한 연예 활동만으로는 돈을 벌 수 없다. 소속사와의 정산 문제, 이미지 관리를 위한 활동 제약 등으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좋은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연예인은 그 많은 돈을 어떻게 벌까. 먼저 가수의 예를 들어보자. 가수들의 수입원은 정산금, 음원판매, 음악저작권, 음악실연자, 방송실연자 등의 수입항목이 있다. 소속사가 있는 경우 소속사의 역량에 따라 수입이 달라지고, 그룹인지 솔로인지도 수입에 영향을 미친다. 개별 활동을 하고 있는지도 큰 변수로 작용한다. 정산금의 경우 광고계약, 출연료, 행사, 공연, 해외투어, MD(관련 물품이나 상품)수익 등의 항목들이 있다. 아티스트들마다 적게는 3대 7 많게는 8대 2까지 정산 비율이 다르다. 가수들의 수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가 각종 행사, 대학교 축제, 해외 투어다. ‘해외 투어 한번 돌고 오면 건물이 생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근 K-POP 아티스트에 대한 해외의 대우도 남다르다. 그런데 이런 공연 수입에는 변수가 있다. 공연을 할 수 없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생기면 수입은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가수에게 치명타가 됐다.
실제로 대학교 축제 행사를 주도하던 에이전시의 대표는 코로나19로 부도를 맞았다. 국내 최고 규모 투어 기획사들도 직원을 감축하고 긴축 재정에 돌입했다. 최고 8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일본 돔 투어 공연이 취소되면서 손가락을 빨고 있는 아이돌 가수와 소속사도 있다. 코로나19가 만들어낸 비극이다.
일반인들이 가장 궁금해할만한 건 저작권이 아닐까 싶다. 저작권을 가진 사람을 동경하는 이유가 있다. 저작권 수익은 마르지 않는 우물 같고, 파도파도 끝이 없는 보물섬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인지도가 높은 가수가 저작권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더 높을 거라고 짐작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인지도와 저작권 수익이 모든 상황에서 정비례 하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무엇보다 저작권 수익은 총 수입의 일부일 뿐, 전부가 아니다.
가수와 달리 배우의 수입 구조는 단순하다. 작품 출연료, 흥행 개런티, 광고 수입 정도가 일반적이다. 필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배우가 돈을 벌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연기력이 아니라 작품을 선택하는 안목이라고. 제 아무리 헐리우드급 연기파 배우라도 흥행할만한 작품을 고르지 못한다면 돈을 벌 수 없다. 한마디로 작품 하나 잘 만나면 드라마보다 실제 인생에서 더 스펙타클한 반전 드라마를 쓸 수 있다는 말이다.
얼마 전 만난 배우 A씨가 그 사례의 주인공이다. 남들은 다 늦었다고 말하는 서른살에도 연기에 대한 열망 하나로 오디션을 전전했고, 어렵게 합격한 그 드라마를 통해 얼굴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A씨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대세 배우가 되어 버렸다. 지난해 1년 동안 벌어들인 광고 수익만 3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부와 인기에 본인도 놀란 눈치다. 필자가 이런 사례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드는 생각은 하나다. ‘현실에서도 엔터테인먼트는 각본 없는 드라마구나’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유튜버는 돈을 많이 벌까. ‘설마 연예인보다 많이 벌겠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비교적 활동에 제약이 있는 연예인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버는 유튜버도 있다. 구독자 수는 수입에 직결되지 않는다. 조회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데, 구독자수가 많지 않아도 연예인만큼 벌어들이는 유튜버도 있다.
핵심은 콘텐츠다. 돈이 될만한 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는 말이다. 유튜버가 돈을 벌기 위해선 사람들이 보고 싶어할만한, 세상에 없던 기상천외한 콘텐츠를 만들어내야만 한다. 아이디어가 관건이다. 필자가 지켜본 바로 유튜버가 버는 돈은 고통이 따르는 창작활동에 대한 댓가다. 일정 수준의 구독자를 확보하게 되면 광고, 행사, 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되는데, 여기에서도 수익이 발생한다.
그렇다고 모든 유튜버가 수입이 많은 것은 아니다.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다가 곤경에 빠지는 경우도 있고, 구독자가 늘어나면서 유튜브 채널을 유지하기 위한 각종 제반 비용은 올라가 정작 본인의 수입은 줄어드는 구조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이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선택하는 게 유튜버를 위한 기획사라 할 수 있는 MCN(다중채널네트워크)이다. MCN은 계약방식이나 지원방식, 정산방식 등이 에이전시에 가깝다. 다른 유튜버들과 협업방송을 통한 컨텐츠 생성, 퍼블리싱이나 저작권에 대한 보호, 광고 영업을 통한 수입 확보 등이 주 목적이다.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내야하는 단점도 있다.
오랜 시간 연예인들의 ‘돈’을 관리해오면서 내린 결론은 하나다. 그들이 돈을 버는 행위는 생계와 가족을 위해 일하는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이 창조하는 새로운 가치와 예술의 영역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다만 그들이 벌고 있는 돈이 팬들로부터 받은 사랑임을 기억하고 그 사랑으로 얻은 사회적 영향력을 악용해선 안된다고 꼬집고 싶다.
크리스권(국내 1호 비즈니스매니저, BMC(비즈니스매니지먼트코퍼레이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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