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아름은 "우리 친구 먹었어요"라며 해맑게 웃었다.
18일 오후 강원도 양양군 양양종합스포츠타운 사이클경기장에서 도쿄올림픽 대비 훈련 중인 이혜진과 나아름을 만났다.
둘은 모처럼 미세먼지나 비가 없는 화창한 날씨 속에 333m 트랙 위를 달리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66일 뒤 개막(7월 23일) 예정인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사이클 국가대표는 이혜진과 나아름뿐이다.
이혜진은 트랙 단거리 종목인 여자 경륜에, 나아름은 도로 종목인 여자 개인도로에 각각 출전한다.
종목은 다르지만 이혜진과 나아름 모두 한국 사이클의 단·장거리 간판선수로서 큰 책임감을 느끼며 서로를 의지하며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이혜진과 나아름 모두 2012 런던 올림픽,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이어 이번에 개인 세 번째 올림픽에 도전한다.
두 선수 모두 풍부한 경험을 쌓은 만큼, 실력과 정신적인 면에서 많이 성장했다는 자신감을 느끼고 있다.
이혜진은 국제사이클연맹(UCI) 여자 경륜 세계랭킹 2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3월 세계트랙사이클선수권대회에서 경륜 은메달을 따며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한 탓에 랭킹이 내려갔다.
하지만 여전히 도쿄올림픽 메달 후보로 꼽히고 있다.
나아름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 역대 최다타이인 4관왕에 오르고, 2019년 이탈리아 프로 사이클링팀에 입단해 유럽 프로 투어에서 뛴 한국 사이클의 개척자다.

그래서 이혜진과 나아름은 더욱더 한국 사이클의 현재이자 미래라는 사명감을 품고 있다.
나아름은 "서로 공감대와 비슷한 고충이 있다"며 "그래서 친구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혜진이가 서른이 되면서 친구 하기로 했는데, 내가 손해"라면서도 "혜진이도 나름 힘든 점이 있을 텐데 서로 수다를 떨면서 푼다"며 웃었다.
나아름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올림픽 메달' 기대주로 성장한 이혜진을 바라보며 "후배지만 대단하고 대견하다"며 "혼자서 꿋꿋하게 해나가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혜진은 "언니는 같이 있으면 '동네 바보' 같은 느낌인데, 자전거를 탈 때는 다른 사람이 된다"며 "자기 일에 있어서는 철저한 사람이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저렇게 잘 타고 있는 것 같다"고 놀라워했다.
이어 "특히 한국에서 외국 프로팀에 가는 게 쉽지 않은데 그걸 해냈다"며 "겉보기에는 안 그런데, 되게 강인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저녁 시간에 가끔 보고 거의 못 본다"고 한다.
하지만 이혜진은 "어릴 때처럼 같이 있는 시간이 적다고 서운하고 그런 것은 없다"며 "그냥 보면 '오랜만'이라고 하며 인사한다"고 했다.
이날은 인터뷰 후 시간이 맞아 사이좋게 늦은 점심 식사를 함께하러 갔다.
사이클 대표팀은 지난달 29일 양양에 도착했지만, 지난 4일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약 일주일 동안은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몸 상태가 좋아진 이후 이혜진은 근력과 스피드를 향상하는 훈련에 돌입했다.
올림픽 경기는 실내 벨로드롬에서 열리는데, 양양사이클장은 야외 벨로드롬이다.
박일창 사이클 대표팀 총감독은 "바람 저항을 받는 악조건에서 힘을 끌어 올리는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름은 남자 트랙 중장거리 대표팀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
나아름은 "트랙에서 훈련하는 것과 남자 선수들과 훈련하는 것이 근력을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박 감독은 "양양 훈련은 오는 22일까지 진행하고, 6∼7월에는 진천선수촌에 입촌해 도쿄올림픽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