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지윅스튜디오의 박관우 대표(오른쪽)와 최태섭 신규사업TF팀장이 함께 VFX 기술 발전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위지윅스튜디오의 박관우 대표(오른쪽)와 최태섭 신규사업TF팀장이 함께 VFX 기술 발전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한국 최초의 공상과학(SF) 영화 ‘승리호’가 지난 2월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됐다. 반응은 뜨거웠다. 공개 28일 만에 2600만 명이 시청했다. 최첨단 기술로 우주를 실감나게 표현했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1000여 명의 국내 컴퓨터그래픽(CG)·시각특수효과(VFX) 전문가가 모여 10개월 동안 작업한 결과다.

CG·VFX 전문기업 위지윅스튜디오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성공을 이끌었다. 위지윅은 승리호 투자·배급사인 메리크리스마스도 보유하고 있다. 서울 신사동 본사에서 최근 만난 박관우 위지윅스튜디오 대표는 “승리호를 통해 기술 경쟁력이 뛰어나고, 할리우드 예산 10분의 1 수준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며 “승리호는 한국 VFX 기술이 퀀텀점프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최태섭 위지윅스튜디오 신규사업TF팀장도 “그동안 우주를 배경으로 한 국내 영화가 없었는데 결과물을 보고 나서 ‘우리가 못 한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게임업체와 협업해 메타버스 구현

2016년 위지윅을 설립한 박 대표는 1994년 ‘구미호’를 통해 국내 기술의 가능성을 보여준 VFX 1세대다. 지금은 CG, VFX, 메타버스에 이르기까지 기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콘텐츠 작업을 하고 있다. 디즈니 공식 협력사이기도 하다. ‘마녀’ ‘신과 함께’ 등 국내 작품뿐 아니라 ‘캡틴 마블’ ‘앤트맨과 와스프’ ‘신비한 동물사전 2’ 등 해외 작품에도 다수 참여했다. 최근엔 넷플릭스의 ‘음양사: 시신령’도 만들었다. 박 대표는 “우주선과 로봇 등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 승리호와 달리 음양사는 많은 요괴가 나오는 크리처물”이라며 “세부적인 움직임과 근육 등을 잘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작업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소개했다.

위지윅은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메타버스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공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이른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현실같이 실감나는 가상세계를 다양하고 생생하게 구현한다.

최근 게임업체 컴투스로부터 450억원의 투자도 받았다. 두 업체가 협업해 다양한 메타버스를 펼쳐보일 계획이다. 박 대표는 “영화와 드라마가 이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라면 게임은 직접 참여하면서 상호작용할 수 있다”며 “게임과 첨단기술이 융합돼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 팀장은 “지금 영화나 드라마 후반 작업은 먼저 찍어둔 것을 나중에 수정하는 것인데 게임과 결합하면서 실시간 연출이 가능하게 됐다”며 “공정이 빨라지고 제작 효율성도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격적 인수로 자회사만 14개

위지윅은 공격적인 인수를 통해 14개 자회사를 두고 있다. 드라마(래몽래인, 에이치월드픽쳐스, 이미지나인컴즈, 더블유컬쳐), 뉴미디어(엔피, 엑스온스튜디오), 공연(위즈온센, 레드앤블루), 쇼트폼 콘텐츠(와이랩) 등을 망라한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해 하나의 밸류체인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연결하고 허브 역할을 강화하는 ‘W컬처스튜디오’(가칭)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박 대표는 “콘텐츠 이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작품 한두 편만 플랫폼에 제공하는 게 아니라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며 “지금까지 기술 서비스를 공급해 왔다면 이젠 기술 기반의 콘텐츠를 직접 만들고 유통하는 종합 콘텐츠 업체로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