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팀에서도 매년 지상과제가 '공격에서의 김연경 의존도 줄이기'였던 걸 돌아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다.
흥국생명은 2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1차전에서 GS칼텍스에 세트 스코어 0-3 완패를 당했다.
IBK기업은행과 플레이오프(PO)를 3차전까지 치르고 챔프전에 오른 흥국생명은 우려했던 대로 체력이 발목을 잡았다.
정규시즌을 마치고 9일간 긴 휴식기를 가진 GS칼텍스와 체력의 격차는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김연경의 컨디션만큼은 나쁘지 않았다.
김연경은 이날 공격 성공률이 59.1%에 달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결정적인 고비에서 '해결사'는 언제나 김연경이었지만 정작 이날 챔프전 1차전에선 김연경에게 좀처럼 공이 가지 않았다.
김연경의 공격 점유율은 22.9%가 고작이었다.
기다리는 데도 공격 기회가 오지 않는 김연경이나 흥국생명 모두에 답답한 흐름이 지속됐다.
서브 리시브 불안으로 공격 연계가 잘 이뤄지지 않은 측면도 있었지만, 김연경이 눈앞에 낮은 블로커를 둔 상황에서도 공은 다른 곳으로 향했다.
나란히 공격 성공률이 20%대에 그친 브루나 모라이스(공격 점유율 42.7%), 김미연(22.9%)을 김연경과 같거나 훨씬 더 많이 활용했으니 패배는 당연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GS칼텍스가 그만큼 철저한 전력 분석으로 김연경에게 공이 가는 것을 원천 봉쇄한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경기 후에 만난 GS칼텍스의 주장 이소영은 "분석한 대로 잘 이뤄졌다"며 "챔프전을 준비하면서 흥국생명의 모든 걸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이소영은 구체적인 분석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김)연경 언니의 공격 점유율을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김연경은 V리그에서만 세 번의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고, 해외에서도 숱한 빅매치를 치렀다.
중압감이 넘치는 경기에서 더욱 존재감을 발휘하는 김연경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흥국생명은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남은 챔프전 시리즈에서 흥국생명의 관건은 김연경의 활용도를 얼마나 높이느냐에 달려 있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도 "오늘 김연경의 점유율이 너무 낮았다.
더 때려야 한다"며 "선수 본인도 그렇게 말했다.
김연경이 낮은 블로킹(안혜진, 권민지)이랑 계속 만났는데 다른 쪽을 계속 주니까 리듬이 안 맞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박 감독은 "오늘은 우리가 쫓아가기 힘든 경기였다.
1∼2점 차면 김연경에게 집중해볼 필요도 있는데, 오늘은 아끼는 편이 나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