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흘리지 않은 결과물은 초라하다. 세월을 익히지 않은 열매는 조그많고, 정성을 쏟지 않은 작품은 허접하다. 뿌린 대로 거두고, 심은 대로 거두는 게 이치다. 이치도 가끔은 어긋난다. 하지만 어쩌다 어긋나는 이치에 귀중한 삶을 맡길 순 없지 않겠나. 누구나 행운을 부러워한다.한데 행운이란 것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열에 아홉은 최선의 부산물이다.
춘추전국시대 송(宋)나라에 한 농부가 있었다. 하루는 밭을 가는데 토끼 한 마리가 달려가다 밭 가운데 있는 그루터기에 머리를 들이받고 죽었다. 뜻하지 않게 토끼 한 마리를 잡은 농부는 다른 토끼도 그렇게 달려와 죽을 줄 알고 쟁기를 세워둔 채 그루터기만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토끼는 다시 나오지 않았고, 농부는 온 사람들의 웃음거리만 되었다. 《한비자》오두편에 나오는 얘기다.
‘토끼를 기다리며 그루터기를 지켜본다’는 수주대토(守株待兎)는 어떤 착각에 빠져 안 될 일을 고집하는 어리석음을 비유한다. 헛된 믿음으로 생각이 완고함을 꼬집는 말이다. 원래 한비는 요순(堯舜)의 이상적인 왕도정치가 시대에 뒤떨어진 사상이라는 주장을 펴기 위해 이 얘기를 지어냈다. 사람들이 낡은 관습만을 고집하고, 새로운 시대에 순응하지 못하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참고로 ‘어리석음’과 연관된 고사성어에 나오는 인물은 주로 송(宋)나라 사람이다. 불필요한 인정을 베풀다 거꾸로 화를 입는다는 송양지인(宋襄之仁), 잔꾀를 부린다는 조삼모사(朝三暮四), 벼 이삭을 뽑아올렸다는 조장(助長)에 나오는 인물은 모두 송나라 사람이다. 중국 역사에 송나라는 세 번 등장하는데, 하·은에 이어 세워진 주나라의 조그마한 제후국이 고사성어에 나오는 바로 그 송나라다. 나라가 작고 세력이 약한 데서 연유하지 않았나 싶다. 남북조 시대의 송나라(420~479), 당나라 이후의 송나라(960~1279)가 있다.
씨앗의 법칙은 단순하다. 뿌려야 싹이 돋고, 정성을 쏟아야 열매를 맺는다. 세월을 익혀야 제대로 영근다. 자신의 힘으로 이루지 않은 건 대개 사상누각이다. 어느 순간 저절로 무너진다. 얄팍한 경험이나 얕은 지식에 매이면 변화를 보지 못한다. 운에 맛들이면 땀의 소중함을 모른다. 참된 농부는 쟁기를 제쳐두고 그루터기를 바라보지 않는다. 그 시간에 땀 흘리며 밭을 간다. 신동열 한경닷컴 칼럼니스트/작가/시인
16일 서울 곳곳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린다.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오후 2시 광화문 서십자각 터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차 긴급집중행동'에 돌입한다고 밝힌다.지난 9일부터 1차 집중행동을 이어온 비상행동은 오후 4시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숭례문을 거쳐 되돌아오는 경로로 행진할 계획이다.더불어민주당도 오후 1시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마포대교를 건너 동십자각까지 행진해 비상행동 집회에 합류할 예정이다.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는 오전 11시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 동화면세점 앞에서 주일예배를 열고 탄핵 반대를 외칠 예정이다.보수 단체인 앵그리블루는 오후 1시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탄핵 반대·핵무장 촉구 집회를 열고 헌재 인근 현대 사옥까지 행진한다.오후 2시부터는 자유통일당이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오후 5시부터는 자유문화국민연합이 현대 사옥 앞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연다.경찰 관계자는 "도심권 세종대로 및 사직로, 율곡로 등 집회 장소 일대에 교통정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집회 시간대 자세한 교통상황은 서울경찰청 교통정보센터 홈페이지나 서울시 교통정보시스템(TOPIS)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국내 알앤비(R&B) 장르의 대중화를 이끌었던 가수 휘성이 연예계 동료들과 팬들의 배웅 속에서 영면에 들었다. 고(故) 휘성의 영결식이 16일 오전 6시20분께 서울 강남구 서울삼성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비가 오는 이른 새벽에도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마이티마우스의 추플렉스(상추), 하동균, 김나운 등 동료 연예인들과 함께 130여 명의 팬들이 영결식에 참여했다. 영결식에서 고인의 동생인 최혁성씨는 "최휘성이라는 인간의 육신의 삶은 끝나지만, 가수 휘성의 음악과 영적인 삶은 영원할 것"이라며 "형의 노래가 이 세상에 들리고, 불리는 그날까지 저희 형은 곁에 살아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마이티마우스의 추플렉스(상추)는 고인에 대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알앤비 가수로 다수의 히트곡을 남긴 것은 물론 다수의 작사 작곡활동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라며 "프로듀서로도 거미 김범수 보아 소녀시대 에일리 이효리 장나라 트와이스 등의 곡에 작사·작곡을 참여하며 전 세계 인기를 휩쓴 K팝의 인기를 이끌었다"고 소개했다.이어 "국내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그의 음악을 사랑했던 것처럼 해외 많은 아티스트들도 그의 음악을 사랑했다"라며 "그는 음악밖에 모르던 사람이었고 음악이 전부였던 사람이었다"라고 떠올렸다. 배우 김나운은 추도사에서 "2005년 휘성이 제 결혼식 축가를 불러준 인연으로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왔다"며 "이번 결혼 20주년에 노래 몇곡이든 불러줄 수 있다는 휘성은 정말 아름답고 영원한 우리의 아티스트"고 말했다.휘성의 팬클럽 회장은 "휘성은 남다른 재능과 독보적 음색
영유아 사교육이 과열되는 가운데 사교육이 아동의 학업성취나 정서 발달에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16일 국책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의 '영유아기 사교육 경험과 발달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영유아기 사교육 경험이 학업과 정서 발달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유의미한 효과가 없었다.연구진은 2008년 4∼8월 출생한 2150명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되는 한국아동패널 조사 결과를 활용해 3∼5세 때의 사교육 경험이 이후 초중등 때의 학업수행능력 등에 미치는 중장기적 영향을 분석했다.아동의 지능, 부모의 소득 수준, 출생 순위 등 다른 변수를 통제한 상태에서 사교육의 독립적 효과를 검증한 결과 사교육 경험은 초기 학업수행능력에 일부 긍정적인 영향을 줬지만, 그 차이는 아주 미미했다고 연구진은 전했다.자아존중감, 삶의 만족도 등 사회 정서적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효과가 없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교육을 받지 않은 아동이 더 높은 삶의 만족도를 보이는 등 부정적인 효과도 나타났다. 연구진은 초등학교 1학년 아동 72명을 검사해 사교육의 단기적 영향도 살펴봤는데, 사교육 경험이 언어능력, 문제해결력, 집행기능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정서·행동적 측면에선 일부 효과가 확인됐다.체육, 무용 등 신체 사교육 프로그램 경험이 있는 아동은 성실성과 타인 이해 능력이 높게 나타났다. 예술 사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이 많을수록 집중력 부진을 겪을 가능성도 적은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학습 사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이 많을수록 아동의 자존감엔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났다. 보고서는 사교육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