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재의 命理 산책]  '유비 나이 47세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삼국지(三國志)의 결말은 비록 유비의 의도와는 다르게 났지만 삼국지의 등장인물 중 유비처럼 자수성가(自手成家) 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몰락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일가(一家)를 이루었으니 한 사람의 인생살이 치고는 성공한 셈이다.

관우 장비 조자룡 등 능히 1만 명을 상대할 수 있는 장수를 데리고도 마땅한 기반을 마련하지 못해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공손찬, 유표, 여포 등 심지어 조조에게까지 의탁하는 삶을 살았던 유비는 어느 날 운명적인 만남을 하게 된다. 다름 아닌 와룡(臥龍)과 봉추(鳳雛)의 스승이었던 수경선생과의 만남이다.

수경선생은 ‘일찍이 유비 당신의 명성을 알고 있는데 어찌해서 이런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냐고 하자’ 유비는 ‘팔자(八字)가 박복(薄福) 해서 그렇다’고 에둘러 말을 한다. 이에 수경선생은 ‘유비 당신의 주변에 훌륭한 인재가 없기 때문이라며 와룡과 봉추 중 한 명만 얻어도 천하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을 한다. 와룡은 제갈량을 봉추는 다름 아닌 방통을 말한다.

이후 그 삼국지의 최고의 장면 중 하나인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통하여 제갈량을 얻게 되니 유비의 나이 47세이다. 이후 제갈량의 역할로 적벽대전을 승리하여 천하 삼분지계를 실현하게 되고 유비에게는 인생역전의 계기가 된다. 그 후 제갈량은 사실상 유비의 멘토가 된다. 비록 20년이란 나이 차이는 있었지만 한나라 재건이라는 공통된 비전을 가지고 새로운 창업(創業)에 매진하게 된다.

제갈량이 있다는 융중을 찾아간 유비는 첫 번째와 두 번째 만남을 실패한다. 이후 투덜거리는 관우와 장비를 나무라며 목욕을 재계하고 세 번째 제갈량을 만나러 간 것을 보면 수경선생을 통해 뭔가 큰 깨우침을 얻은 것이 분명한 것 같다. 이후에도 봉추 또한 얻었으니 아마도 유비는 47세에 좋은 문서(文書) 운과 타인(他人) 운을 만났던 것 같다.

기문서(奇門書)에 의하면 사람의 부귀빈천(富貴貧賤)은 선천명국(先天命局)에 달려있고 길흉화복(吉凶禍福)은 후천운로(後天運路)에 달려있다’라고 언급되어 있다. 엄밀히 말하면 명(命)은 잘 타고나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실상 귀한 사주(四柱)는 그리 흔하지가 않다.

명(命)의 선택은 자의(自意)가 아니니 혹 타고난 명(命)이 좋다면 활용을 잘하면 되고 설사 명(命)이 조금 못 미치더라고 현재 운(運)의 흐름을 알고 이를 잘 활용한다면 소부재근(小富在勤)이라는 말처럼 인생은 살만하다는 표현을 하게 된다. 하지만 운은 노력하다고 해서 얻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모두가 노력한다면 모두가 결과도 같아야 하는데 실상은 그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성공한 사업가들의 자수성가한 책이나 인터뷰를 보면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단어는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것과 운(運)의 도움이 컸다는 말이다. 운(運)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문서(文書) 운 학업(學業) 운 악마(學魔) 운 사업(事業) 운 재물(財物) 운 장사 운 타인(他人) 운 등이다. 하지만 나 자신이 어떤 명을 타고났는가에 따라 운의 활용도는 달라진다. 수능을 앞둔 학생에게는 대체로 학업운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만 학마운은 그 반대의 결과를 가져온다. 타인운에서는 유비처럼 도움을 주는 수경선생을 만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겠지만, 반대로 사기꾼을 만나 금전적 손실을 당할 수도 있다.

운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은 현재 자신이 처해진 상황과 하고 있는 일에 따라서 달라진다. 운을 이해하는 것은 자신의 환경을 이해하는 것이다. 비가 오는 날 우산장수와 소금장수의 심정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운의 의미는 거창하지가 않다. 우리는 이미 생활 속에서 매번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12번 마음이 바뀐다는 말은 실상은 12지(支)의 변화가 작용하기 때문이니 이는 하루에 12번의 운의 변화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필자와 인연 되는 사람들의 시기를 정리해보면 공통된 운이 있다. 인수(印綬)라고 하는 운이다. 이 시기에는 대부분 자신을 되돌아보는 자기성찰(自己省察)의 마음을 갖게 되며 또 자신에게 필요한 정신의 영양분을 얻으려는 행동을 하게 된다. 종교(宗敎)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면 평소 자신이 생각하는 마음의 안식처를 찾게 된다. 마음의 위로가 필요한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 줄 멘토를 찾게 된다. 인생의 흐름이 궁금한 사람은 자신의 명(命)과 운(運)을 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여동재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