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위대한 시대를 개척한 거인(Giant)!
<프롤로그>
세상을 호령하던 영웅도 언젠가 안식을 찾고 길었던 인생의 여정을 정리하게 된다. 영화 <자이언트(Giant), 1956>에서 광활한 목장을 경영하던 주인공은 사랑하는 여인과 가정을 이루면서 길들이지 않은 야생마에서 한 집안의 가장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또한 그 과정에서 절대 불변일 것 같던 자신의 신념과 철학도 시대의 요구와 가족들을 위해 바꾸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부인은 거대한(Giant)야망의 길을 살아온 남편에게 “당신은 나에게서 벗어날 수 없어요”라며 큰 애정과 용기를 준다. 많은 사람에게 초일류 Pride를 심어주고 떠난 삼성의 이건희 회장도 위대한 시대를 개척한 거인(Giant)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위대한 시대를 개척한 거인(Giant)!
<영화 줄거리 요약>
텍사스의 방대한 땅을 소유하고 있는 빅 베네딕트(록 허드슨 분)는 종마를 사기 위해 버지니아주 메릴랜드에 있는 린튼가를 찾아간다. 이곳에서 린튼박사의 첫째 딸인 레슬리(엘리자베스 테일러 분)를 만나게 되고, 서로에게 깊은 호감을 느끼게 된다. 이후 두 사람은 급속히 가까워져 사랑하게 되었고, 마침내 둘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결혼 후 레슬리는 빅을 따라 긴 열차 여행 끝에 광활한 텍사스 리하타 목장에 도착한다. 자동차를 타고 가도 다 보려면 며칠이 걸릴 정도로 광대한 대지를 가진 빅의 농장을 보고 레슬리는 입을 다물 줄 모른다. 레슬리는 목장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여기저기를 살피던 중 빅의 조수 격인 제트 링크(제임스 딘 분)를 만난다. 제트는 레슬리를 데리고 친절하게 이곳저곳을 안내한다. 한편 레슬리가 들어온 뒤 점차 자신의 권위가 흔들리는 것에 불쾌해하던 빅의 누이 러즈는 길들여지지 않은 종마를 타고 나갔다가 낙마해 죽고 유언으로 가깝게 지내던 제트에게 얼마간의 땅을 상속으로 남긴다. 이에 제트는 불모의 땅 대신 현금을 주겠다는 빅의 제의를 거절하고 작으나마 자기 소유의 목장을 건설한다. 그 뒤 세월이 흘러 제트의 땅에서 석유가 쏟아져 나오자 그는 막대한 부자로 성장한다. 한편 제트는 레슬리에 대한 열정이 솟구치는 것을 느끼고 괴로워하지만, 그들의 인생은 벌써 황혼이며 새로운 세대가 시대의 주인공으로 부상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위대한 시대를 개척한 거인(Giant)!
<관전 포인트>
A. 레슬리가 제트와 친해지는 배경은?
목장 탐방을 하던 레슬리는 제트의 안내를 받던 중, 가난한 멕시코 인부들이 사는 판자촌에 들러 그들의 참혹한 생활 수준을 보고 그들을 따뜻하게 보살펴 주게 된다. 그 모습을 본 제트는 빅과 다른 레슬리의 인간적인 모습에 호감을 느끼게 된다. 훗날 빅의 막내딸 러즈가 제트를 좋아하게 되지만, 제트는 옛날부터 레슬리를 짝사랑하고 있었고, 그런 사실을 알게 된 러즈는 크게 실망하고 제트를 잊기 위해 할리우드로 떠나게 된다.

B. 제트가 부자가 된 사연은?
빅의 누이가 죽으면서 남겨준 작은 땅을 “작은 리아타”라고 부르며 정성껏 가꾸다가 어느 날 석유가 쏟아져 나오면서 졸지에 벼락부자가 된다. 미스터 텍사스로 불리게 된 제트는 ‘허모사’지역에 그의 공항과 호텔을 짓고 호화로운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빅의 막내딸 러즈는 제트에 반하게 된다. 제트는 축하 행사 차량에 ‘퍼레이드 여왕’을 탑승시키고 마음에도 없는 청혼을 한다. 빅은 제트의 허세에 뒤지지 않으려고 비행기를 구입해 제트의 행사장에 참석한다.

C. 농장주 빅의 철학이 달라지는 계기는?
그동안 거대한 목장의 주인으로 세상 중심의 리더로 군림하던 빅은 정열적이지만 슬기로운 부인 레슬리의 충고와 자신의 쌍둥이 아들 조단 3세와 딸 주디 그리고 막내딸 러즈의 거침없는 행보로 서서히 달라진다. 아들 조단을 자신의 뒤를 잇는 목장주로 키우려 했지만, 조단은 의사가 되길 결심한다. 또한 크리스마스날 멕시코인 간호사 후아나를 신붓감으로 데려오기도 하며, 딸 주디도 남편 밥과 그들만의 작은 목장을 경영하겠다고 선언한다. 2차대전이 끝나고 아들 조단은 후아나와 결혼 후 아들을 낳는다. 또한 목장을 자신의 숙명으로 여기던 빅은 앙숙이던 제트의 설득으로 결국 유전사업자로 변신하게 된다.

D. 빅과 제트가 크게 싸우게 된 이유는?
일꾼으로 일하던 제트는 베네딕트 가문이 멕시코인들에게서 에이커당 5센트씩 땅을 사들인 것은 강탈이나 마찬가지라는 부당함을 가지고 있었고, 지주와 카우보이라는 신분상 차이로 서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후 빅의 멕시코인 며느리 후아나가 인종차별을 받고 그녀의 남편이자 빅의 아들인 조단이 연단으로 걸어가던 제트를 가로막자 오히려 조단은 제트의 주먹세례를 받고 쓰러진다. 화가 난 빅은 술이 저장된 창고로 제트를 데려가지만, 술에 취한 제트를 때리지는 못한다.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 들린 카페에서도 후아나가 인종차별을 받게 되자 빅은 가게주인과 싸움을 벌이고 나가떨어지게 된다. 이를 본 레슬리는 남편에게 “유린당한 인권을 위해 싸우다가 카페에서 쓰러졌을 때가 가장 멋졌던 남편이었고, 베네딕트 가문이 100년만에 진정한  승리자가 됐다고” 변하는 시대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는 남편을 격려하며 부부간의 깊은 신뢰와 정을 확인한다.

E. 이 영화가 유명한 이유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1939>와 같이 자신의 고향을 사랑하고 후손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을 통해 애국심과 프라이드를 심어주는 영화였다. 이 영화는 조지 스티븐스 감독의 3부작<젊은이의 양지, 1951>, <셰인, 1953> 중의 하나로 500만 달러의 제작비를 투자한 1950년대식 블록버스터 영화이다. 아카데미상 10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고 감독상을 받기도 했다. 영화 개봉을 2주 앞두고 제임스 딘이 24세의 젊은 나이에 교통사고로 사망하여 유작이 되기도 하였다. OST인 <This then is Texas>, <The eyes of Texas>,<Yellow rose of Texas>는 텍사스의 강인함과 자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위대한 시대를 개척한 거인(Giant)!
<에필로그>
목장의 아웃사이더 카우보이에서 졸지에 거부가 된 제트는 돈이 쌓일수록 더 큰 외로움에 힘들어한다. 빅과 레슬리 부부에겐 소중한 가족이 있기 때문에 제트는 자신의 인생이 더 외로웠을 터였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혼자만의 삶도 자유롭고 편안하지만, 세월이 갈수록 커뮤니티와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위안과 행복을 가져다준다. 1971년 하명중, 한혜숙 주연의 TV 드라마 <꿈나무:유리시스터즈> 주제가에서도 <자이언트> 영화처럼 행복은 가족과 자녀를 통해 완성된다는 것을 공감하게 된다.

[꿈나무: 이쪽 가지엔 건강의 열매, 저쪽 가지엔 황금의 열매/ 명예의 열매 지위의 열매 행운의 열매 주렁 주러렁/세상의 소망 다 품어보고 하고 싶은 일 다 해봤지만/돌아온 것은 너희들의 옆 잘 살아다오 아들딸들아/잘 자라다오 나의 꿈나무 사랑스러운 아들딸들아 나의 꿈나무]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