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끄무레한 아침녘, 문득 섬산이 땡겼습니다. 스맛폰을 만지작거리며 검색한 결과, 무의도 호룡곡산으로 낙점했습니다. 집이 서울 강서구라 비교적 접근성도 좋은 곳이지요. 영종대교를 건너 인천공항 인근 잠진도 선착장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잠진도에는 마땅히 차를 세워 둘 곳이 없습니다. 불법주차는 즉시 단속한다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지요.
어쩔 수 없이 배에 차를 싣고서 무의도로 점프하였습니다. 뒤룩뒤룩 살찐 갈매기들의 날개짓이 무척 힘겨워 보입니다. 잠진도에서 무의도는 그야말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입니다. 그렇거나말거나 승용차 한대 도선료는 2만원이나 됩니다. 그 수입이 오지게 짭짤해 보입니다. ‘이러니 이곳에 다리 놓는 걸 극구 반대했었구나’ 그러나 도선료 챙기는 재미도 이제 종치게 생겼습니다. 뱃길 옆으로 교각이 우뚝 들어서고 있었습니다.
무의도 큰무리선착장에 차를 세워두고 곧장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장마 중이라 숲속은 엄청 습해 땀이 비오듯 했습니다. 숲길 걷다 지치면 바위턱에 걸터앉아 호흡을 고르며 산과 바다의 기운을 흠씬 받아들였습니다.
장맛비가 오락가락해서일까, 실미고개 갈림길에 이르는 동안 오가는 사람을 단한명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잔뜩 찌푸린 날씨라 숲속은 고요하고 괴괴했습니다.
산 속의 서낭당일까요? 나무를 칭칭 동여맨 오색천의 느낌이 서늘합니다. 오색의 펄럭이는 천, 네팔의 ‘룽다’가 연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