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품이 달라도 너무 다른, 흥부와 놀부 형제 이야기다.
흥부네 집 처마에 제비 한 쌍이 날아들어 부화했다. 새끼 제비는 날기 연습을 하다 떨어져 발목이 부러졌다. 흥부는 명주실로 부러진 다리를 칭칭 동여매 주었다. 그렇게 재활치료를 거쳐 강남 갔던 제비가 이듬해 봄, 박씨를 입에 물고 돌아와 흥부 앞에 떨어뜨렸다. 흥부는 볕 잘 드는 곳에 땅을 파고 거름을 뿌려 박씨를 심었다.


추석이 되어 고소한 음식 냄새가 동네에 진동했지만 흥부네 집은 쌀 한톨이 없었다. 주렁주렁 열린 박 중에 실한 놈을 골라 따 마당 가운데에 놓고 톱질을 시작했다. 자식들에게 박 속이라도 끓여 먹이기 위해서다.
쩍 갈라진 박 속에서 나온 것은? 굳이 열거하지 않아도 세상사람들 다 아는 그대로다. 시쳇말로 대박이 터졌다. 세상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을 만큼 흥부네는 벼락부자가 된 것이다.


이 소문을 전해 들은 형, 놀부는 슬슬 배가 아파 왔다. 놀부도 제비를 길러 보기로 맘먹고 잔머리를 굴렸다. 여러날 제비 몰기를 한 끝에 드디어 제비 한 쌍이 놀부 집 처마 밑에 집을 짓고 알을 품어 부화했다. 놀부는 기다렸다. 새끼 제비가 떨어지기를. 그러나 몇 날을 기다려도 떨어지지 않자, 성질 급한 놀부는 직접 새끼를 꺼내 다리를 부러뜨린 다음, 실로 칭칭 동여매 주었다. 겨우 회복한 제비는 강남으로 돌아갔고 어김없이 봄이 되자, 박씨를 물고 돌아왔다. 계절이 바뀌어 놀부집 담벼락에 커다란 박이 열렸고 일꾼을 불러 톱질을 시작했다. 무엇이 나왔을까?



입장이 달라도 너무 다른, 서울시와 동대문 패션상가 ‘유어스’의 이야기다.
서울市는 市소유 동대문 민자주차장을 증축해 건물을 지었고, 증축 비용을 부담한 동부건설이 10년간 사용 권한을 부여받아 상가관리업체인 문인터내쇼날에 임대했다. 10년 전인 2006년의 일이다. 문인터내셔날은 패션상가로 건물을 단장했다. 기라성같은 패션상가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붓기로 했다. 우선 공동브랜드가 필요했다. ‘당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우리, 당신과 함께 발전해 나가는 우리’의 의미인 ‘You & Us’를 함축해 ‘유어스(U:US)’로 정했다. 문인터내셔날은 347개 입점업체를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꼼꼼하게 운영했다.
마치 둥지에서 봉당으로 떨어진 새끼 제비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듯. 그 결과 ‘유어스’상가는 동대문패션타운에서 핵심상가로 자리를 잡았다.


2015년 현재 산업정책연구원이 평가한 유어스의 브랜드가치는 무려 1조 원에 이른다. 특히 중국 현지에서는 유어스를 단순한 상가가 아닌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패션브랜드로 인지하고 있다. 수많은 유커(Youke)들이 유어스 브랜드를 찾아 동대문으로 몰려들 정도다.


이를 테면 흥부가 터트린 대박 못지 않다. 그러나 즐거운 비명도 잠깐. 때마침 10년 계약만료와 함께 서울시는 매장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산하 시설관리공단에 상가 운영을 맡기겠다고 나섰다.
다시 말해 직영하겠다는 것이다. 계약 끝났으니 방빼라는 것인데, 액면 그대로 보자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말로는 늘 봉제소공인들을 위한다던 서울시가 기어이 놀부 심뽀를 부린다면 그야말로 낭패다. 유어스상가 347개 점포와 명줄을 잇고 있는 1,300여 소규모 봉제공장들의 목숨도 간당간당 할 수밖에 없을 터이고, 더불어 1조 원에 이르는 유어스의 브랜드가치 역시 연기처럼 사라져 버릴 것이다.


둥지에서 잘 자라는 새끼 제비를 억지로 끄집어내 발목을 부러뜨려 되돌아올 게 무언지, 서울시는 흥부전에서 답을 찾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