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게 수거된 헌옷은 분류와 선별과정을 거쳐 수출되기도 하며 불우 시설에 전달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수집되는 헌옷은 한때 동남아나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인기가 높았다. 칼라와 디자인이 다양한데다가 상태가 지극히 멀쩡(?)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옛말이 되어버렸다는게 헌옷 수출상들의 하소연이다.
현지에서 컨테이너를 열어 포대를 뜯어보면 분류도 엉망이고 삼분의 일은 쓰레기 수준이라고 한다. 불신이 쌓이다보니 언제부턴가 유럽에서 공수해온 헌옷들이 우리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고 한다. 헌옷 수출이라고 하찮게 여기다가 뒷통수 맞은 격이다. 결국 우리나라 독무대나 다름없던 동남아나 아프리카 헌옷 수출 틈새시장을 고스란히 내어준 꼴이다.
골목길에서 쉽게 마주치는 헌옷 수거함에 대한 불신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투명하지 않은 설치와 관리가 주원인이다. 설치기준 또한 명확하지 않다보니 크기와 모양도 제각각이다. 심지어 지자체 허가도 받지않고 버젓이 길거리에 올려진 불법 수거함도 있다. 거리의 흉물로 전락해버린 헌옷 수거함에 대한 계속되는 민원에 각 지자체들도 골머리가 아프다. 운영주체를 특정하고 수거함을 통일하고 정비시키겠다고도 하나 임기응변식 처방이 아닌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더욱 시선을 끄는 건 이 쇼핑백이 필요한 기업이나 단체가 제휴를 맺고 있거나 제휴를 맺고 기부를 하고 싶은 다른 비영리기관이나 단체를 지정해 쇼핑백을 일정량 주문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물론 헌옷 수거함에 대한 불신이 이처럼 쇼핑백 하나로 해결될 리 만무하다. 그러나 우리도 한번 이쯤에서 발상전환을 꾀해 보는 건 어떨까?
결국 양팔 가득 버릴 옷을 안고 동네 한바퀴 돌아 헌옷 수거함에 넣지도 못하고 집으로 되가져 왔다. 아내의 푸념이 귓전에 와닿는다.
“아이고, 심부름을 시킨 내가 잘못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