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캠퍼스에 가 보면 여러 부류의 학생들을 발견한다.



도서관에 꼭꼭 숨어서 책과 씨름하며 숨소리 죽이고 있는 학생들이 있고, 밝은 정원에 남녀학생이 정겹게 담소를 나누며 커피를 마시는 학생들이다. 모두 아름다운 모습이다.



강의실에도 몇 가지 유형의 학생이 있다. 강의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작은 메모 노트 한 권 달랑 들고 와서 모자 푹 눌러 쓰고 앉는 학생이 있고, 일찌감치 앞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두꺼운 책을 펴 놓고 밑줄 쳐 가며 읽는 학생이 있다.



요즘 대학생들은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다니지 않는다고 한다.



학교마다 개인별로 잠금 장치가 되어 있는 책장이 비치되어 있어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고 한다. 어떤 학생들은 학과에 해당하는 교재도 사지 않는다고 한다. 별로 중요한 과목이 아닌 경우엔 노트도 없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인터넷과 방송, 학원 강의를 통해 보고 듣는 학습에 익숙한 탓인지 모르겠다.



얼만 전, 대학 면접 특강에 참여하여 서너 시간 강의를 하는 과정에서 특이한 여대생을 보았다.



겉보기엔 아주 말쑥하고 깔끔한 외모에 멋스러운 옷차림에 정말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모의 면접과정을 통해 질문을 하고 대답하는 내용을 들으면서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미래에 대한 목표는커녕 직업의 선택이나 진로에 대한 의지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4년 동안 무엇을 하면서 대학을 다녔는지, 3,0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지불하고 얼만큼의 가치를 얻었는지 궁금했다.



물론, 그녀 또한 나름대로의 고민과 생각을 해왔고, 다양한 삶의 일부로써 또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었겠지만, 다른 사람에게 보여 줄 만한 의견은 없는 것 같았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닮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으로 첫 시간을 끝내고 둘째 시간의 다른 반을 대상으로 강의를 시작할 때쯤 이상한 여대생을 발견했다.





그녀는 여행용 가방(trunk)을 굴리면서 강의실을 들어 왔다.



지난 학기에 만난 적이 있는 여대생이라 반갑게 인사를 하면서 해외여행을 하고 오는지 물었다.

태연스럽게 웃으며 그녀는 “평소에 이 가방을 갖고 학교를 다닌다”고 했다. 갖고 다닐 책이 많아서 웬만한 가방은 크기에 부족하고, 너무 많이 책을 담으면 무거워서 들고 다니기가 불편해서 여행용가방을 들고 다닌다는 것이다. 호기심에 가방을 한 번 열어 보라고 했다. 400~600 페이지에 달하는 영어책, 경제학 원론, 경영학 참고서 등 대여섯 권의 두꺼운 책이 들어 있었고, 두꺼운 노트와 필통이 들어 있었다.



모의 면접을 통해 질문을 하고 대답하는 걸 보면서 또 다시 놀랐다. 21세라는 여대생으로부터, 우리 나라 교육 시스템의 현실적인 문제점, 중고등학교 교육과 대학 교육의 상호 관련성과 영향력, 부모교육의 필요성, 행복과 성공의 개념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 다양한 의견을 종합한 대응 방안과 대책 등을 설명하는 걸 보고 빠른 속도로 필기를 했다. 처음부터 그 여학생의 이야기를 녹음하지 않은 것을 아쉬워했다.



그날 필자는 두 여대생의 면접과정을 생각하면서 1년 후, 두 여대생의 연봉의 차이는 얼마나 될까 추정해 보았다. 어떤 학생은 몇몇 대기업에 동시에 취업이 되어 어디를 갈까 고민을 하면서 연봉을 저울질 하고, 어떤 학생은 졸업을 해도 몇 년씩 취직을 하지 못해 아르바이트와 임시직으로 전전하며 부모님의 신세를 지고 있다.



물론, 경제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일자리가 부족해서 일어 나는 현상을 젊은이들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지만, 그래도 어딘가 큰 차이가 나는 학생들의 미래를 국가와 사회적 책임만으로 돌리기에도 의문은 남는다.



평소 우리 나라 교육제도와 기업의 인재육성 시스템에 대해 걱정해 오던 필자는 최근 똑똑하고 부지런한 대학생 몇몇을 만나며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노력하는 사람들은 어떤 상황과 환경 조건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차이를 낼 수 있는 역량을 길러 가고 있었다.



오늘 오전, 이천에 있는 반도체 회사에 강의를 갔다가 어느 직원이 발표하는 자료에 쓴 글귀가 생각난다.



“노력이 곧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