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믐달
김종태
똑같은 눈썹달
네 어여쁜 눈썹을 닮은 눈썹달이란다
내 파리한 윗입술을 닮은 입술달이란다
너는 나를 큰꿈을 부풀면서 기다리는 초승달로 알겠지만
이미 나는 역할을 다한 그믐달인걸
어쩌겠니 한때는 나도 분명
초승달이었고 반달이었고
온통 네 청춘을 밝히는 보름달이었지만
낮에 뜬 반달로 되더니
이제는 네 잠든 머리맡
새벽 들창가에 잠시 서성이다가
이내 숨어버리고마는
그믐달이 되고 말았단다
네 눈동자만큼 빛나는 태양 아래
나는 늘 하늘 어디엔가 있지만
너는 나를 보지 못한다
눈 비비고 보아야 겨우 보일락말락이다
달은 밤에 그 뜻이 있다고 생각하는 네 앞에서
밤에는 뜨지 못하고
낮에만 하늘을 헤매는 그믐달 나는
온갖 기쁨 다 훔쳤다는 그 죄 하나로
이제 새로운 초승달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너는 혹여 아직도 나를
너의 초승달로 착각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분명히 어쩔 수 없이 나도 모르게
섣달 그믐달이란다
지고 나면 다음달에 새로 뜨는 초승달이 아닌
스무여드렛날밤도 기약 못하는
섣달 스무이레 그믐달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