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가'로 불리던 수원은 최근 2년간 하위 스플릿(7∼12위)에 머물며 리그에서 우승이 아닌 생존 경쟁을 해야 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추락을 거듭한 끝에 이임생 감독이 사령탑에서 물러나고, 한때 리그 11위까지 떨어지면서 강등 위기를 겪는 등 휘청였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박건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로 조금씩 분위기가 올라오고 있다.
최종 8위로 2020시즌을 마친 수원은 이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8강에 오르는 '깜짝 활약'을 했고, 이 과정에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되찾았다.
경남 거제에서 2차 전지 훈련을 진행 중인 수원 선수단 내에는 '이대로 가면 우승도 할 수 있다'는 비장한 각오도 맴돈다.
훈련 분위기도 밝다.
8일 오후 거제 스포츠파크에서 만난 선수들은 거센 바닷바람을 몸으로 맞으며 한 시간 반가량 패스 훈련, 전술 훈련 등을 했다.
훈련 중간중간 선수들이 웃음을 터트리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올 시즌 수원의 주장을 맡은 김민우(31)는 "지난 시즌 막바지, 그리고 ACL에서 나온 좋은 부분들을 더 살리려고 준비하고 있다"며 "전지 훈련이 2주가 넘어가면 지루하고 힘들고, 피로감도 쌓이지만, 최대한 선수들이 즐겁게, 좋은 분위기 속에서 훈련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김민우는 "아무래도 기대치가 낮아져 속상한 부분이 있다.
팀이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선수들도, 팀도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이라며 "앞으로 치를 시즌과 경기가 중요하다.
잘 준비해서 한 경기 한 경기씩 그런 것들을 지워나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수원은 올 시즌 라이벌 FC서울과 '슈퍼매치'에 이어 승격팀 수원FC와 5년 만에 K리그1에서 '수원 더비'를 치른다.
'지면 안 되는 상대'가 늘었다.
수원 더비에서는 안 좋은 기억도 있어 부담이 더 크다.
2016년 10월 2일 정규리그 맞대결에서 수원은 수원FC에 4-5로 무릎을 꿇었고, 경기장에서 분노한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당시 주장이던 염기훈이 팬들 앞에 나서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4년이 넘도록 그날을 잊지 못한다는 염기훈은 이날 "승리를 못 해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는데, 그 당시에는 그러지 못했다.
나도 반성을 많이 했다"며 "이제 내가 주장은 아니지만, 후배들에게도 이런 경험을 공유해 잘해보자고 독려할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훈련을 통해 잘 준비해서 올 시즌에는 작년보다 높이 올라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원FC 영입 소식을 들을 때마다 놀라지만, 좋은 선수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팀이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팀에 강점이 있듯 우리 팀도 나름대로 강점이 있다.
'수원 더비'에 대한 걱정보다는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또 "서울은 (기)성용이 형이 주장이더라. 주장이 비교될 수 있어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이기도록 노력하겠다"며 '슈퍼매치' 필승 의지도 드러냈다.
주장 완장의 무게를 짊어진 김민우는 훈련장과 경기장에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수원의 상승세를 이끌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올 시즌 10골을 목표로 세운 그는 "어느 위치에 있는 기회가 된다면 득점을 노릴 생각이고, 더 많은 골을 넣고 싶다"며 "전북전에 나가서는 이긴 적이 없는데, 전북을 상대로도 골을 넣어 승리하고 싶다"는 다짐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