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1(1부리그) 수원 삼성은 2021시즌 확실한 변화를 꿈꾼다.

'명가'로 불리던 수원은 최근 2년간 하위 스플릿(7∼12위)에 머물며 리그에서 우승이 아닌 생존 경쟁을 해야 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추락을 거듭한 끝에 이임생 감독이 사령탑에서 물러나고, 한때 리그 11위까지 떨어지면서 강등 위기를 겪는 등 휘청였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박건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로 조금씩 분위기가 올라오고 있다.

최종 8위로 2020시즌을 마친 수원은 이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8강에 오르는 '깜짝 활약'을 했고, 이 과정에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되찾았다.

경남 거제에서 2차 전지 훈련을 진행 중인 수원 선수단 내에는 '이대로 가면 우승도 할 수 있다'는 비장한 각오도 맴돈다.

훈련 분위기도 밝다.

8일 오후 거제 스포츠파크에서 만난 선수들은 거센 바닷바람을 몸으로 맞으며 한 시간 반가량 패스 훈련, 전술 훈련 등을 했다.

훈련 중간중간 선수들이 웃음을 터트리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올 시즌 수원의 주장을 맡은 김민우(31)는 "지난 시즌 막바지, 그리고 ACL에서 나온 좋은 부분들을 더 살리려고 준비하고 있다"며 "전지 훈련이 2주가 넘어가면 지루하고 힘들고, 피로감도 쌓이지만, 최대한 선수들이 즐겁게, 좋은 분위기 속에서 훈련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선수들이 우승을 다짐하지만, 최근 몇 년간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낸 만큼 수원을 바라보는 외부의 기대치는 높지 않은 편이다.

김민우는 "아무래도 기대치가 낮아져 속상한 부분이 있다.

팀이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선수들도, 팀도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이라며 "앞으로 치를 시즌과 경기가 중요하다.

잘 준비해서 한 경기 한 경기씩 그런 것들을 지워나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수원은 올 시즌 라이벌 FC서울과 '슈퍼매치'에 이어 승격팀 수원FC와 5년 만에 K리그1에서 '수원 더비'를 치른다.

'지면 안 되는 상대'가 늘었다.

수원 더비에서는 안 좋은 기억도 있어 부담이 더 크다.

2016년 10월 2일 정규리그 맞대결에서 수원은 수원FC에 4-5로 무릎을 꿇었고, 경기장에서 분노한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당시 주장이던 염기훈이 팬들 앞에 나서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4년이 넘도록 그날을 잊지 못한다는 염기훈은 이날 "승리를 못 해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는데, 그 당시에는 그러지 못했다.

나도 반성을 많이 했다"며 "이제 내가 주장은 아니지만, 후배들에게도 이런 경험을 공유해 잘해보자고 독려할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염기훈의 말을 전해 들은 김민우는 "그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게 잘해야 한다.

이번 훈련을 통해 잘 준비해서 올 시즌에는 작년보다 높이 올라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원FC 영입 소식을 들을 때마다 놀라지만, 좋은 선수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팀이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팀에 강점이 있듯 우리 팀도 나름대로 강점이 있다.

'수원 더비'에 대한 걱정보다는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또 "서울은 (기)성용이 형이 주장이더라. 주장이 비교될 수 있어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이기도록 노력하겠다"며 '슈퍼매치' 필승 의지도 드러냈다.

주장 완장의 무게를 짊어진 김민우는 훈련장과 경기장에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수원의 상승세를 이끌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올 시즌 10골을 목표로 세운 그는 "어느 위치에 있는 기회가 된다면 득점을 노릴 생각이고, 더 많은 골을 넣고 싶다"며 "전북전에 나가서는 이긴 적이 없는데, 전북을 상대로도 골을 넣어 승리하고 싶다"는 다짐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