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인간 영혼을 정화" 정부 지원 촉구 목소리도

"연극계에서 배우가 조금만 인정받으면 바로 오디션 보러 가서 난리(야단)법석을 한다.
텔레비전이나 영화의 스타성을 갈구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극단 '실험극장' 대표 이한승)
18일 서울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열린 '제5회 늘푸른연극제' 제작발표회에서는 후배 연극인들을 향한 원로 연극인들의 쓴소리가 이어졌다.
늘푸른연극제는 매년 원로 연극인들의 업적을 돌아보고, 그들이 중심이 돼 작품을 올리는 하나의 축제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이날 자리도 원로 연극인들이 취재진 앞에서 준비한 작품을 설명하는 취지로 마련됐으나, 적지 않은 시간이 연극계 현실 비판과 함께 선배가 후배에게 따끔한 충고를 전하는데 할애됐다.
원로 연출가 정일성 씨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1940년생인 그는 자신이 연극에 입문한 지 62년째가 된다고 소개하며 "욕을 얻어먹을 수 있는 얘기를 해야겠다.
한국 연극계는 영혼이 사라져 버렸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요즘에는 정말 안타까운 얘기지만 많은 사람에게 연극이 부업이 돼버린 거 같은 생각이 든다"며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연습 현장에서 왜 철저히 준비할 수 없는 것인지, 왜 이렇게 완성도가 없는 것인지, 연습하다 만 것을 그대로 올리는 것은 아닌지, 자괴감이 들 때가 정말로 많다"고 털어놨다.
그는 "일단 연극에 임하는 태도에 있어서 좀 더 자아 성찰을 해야 하지는 않는지 (후배 연극인들에게) 얘기를 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정일성 연출은 연극을 시작할 때마다 '고품격'이라는 단어를 항상 화두로 삼는다면서 "저를 포함해서 생각을 철저히 하고, 인내심을 갖고, 연극 예술에 임할 때 품격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연극인이) 돈이 없으면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해서라도 처음 막이 올랐을 때 '왜 이렇게 후져'라는 생각을 관객이 가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연극계의 어려운 창작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그는 "대학로에 대략 300여개 연극 단체(극단)가 있으나 오랜 내공을 쌓은 단체들이 활동이 활발하지 않다"면서 "오랜 내공을 가지고 더 열심히 하고 싶으나 예술은 그 여건상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연극은 인간의 영혼을 정화하는 엄청난 일을 하고 있다"면서 "그런 면에서 정책 입안자들이 연극 지원 문제에 대해 넓은 안목과 시야를 가지고서 정책 입안에 나섰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올해 늘푸른연극제는 12월 4일 개막한다.
개막작 기획공연 '장마'를 비롯해 극단 창작극회의 '나루터', 오태영 극작의 '부드러운 매장', 극단 실험극장의 '심판', 정일영 연출의 '오이디푸스의 왕' 등 총 5편이 관객을 맞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