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왼손 구원 투수 얘기다.
17일 1차전에서 NC 왼손 구원 투수 임정호가 '신스틸러'(주연보다 더 시선을 사로잡는 조연) 노릇을 톡톡히 한 덕분에 두산 좌완 불펜 투수들의 사정은 어떤지 더욱 궁금해진다.
임정호는 팀이 4-3으로 간발의 리드를 지키던 7회초 1사 1루에서 팀의 세 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해 호세 페르난데스를 유격수 병살타로 잡아내고 8회초 첫 타자 김재환을 사진으로 돌려세운 뒤 임무를 완수했다.
두산이 자랑하는 두 왼손 타자를 봉쇄해 추격의 맥을 끊은 덕분에 NC는 8회말 1점을 보태 5-3으로 승리했다.
두산에도 KS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투수 13명 중 왼손 투수가 셋이나 있다.
유희관은 선발이고, 함덕주와 이현승은 구원이다.
하지만, 이들을 올해 포스트시즌(PS)에서 구경하긴 어렵다.
준플레이오프 2경기, 플레이오프 4경기, KS 1경기 등 두산이 올해 치른 포스트시즌 7경기에서 세 투수가 나온 건 손에 꼽을 정도다.
한때 두산의 뒷문을 잠근 함덕주는 플레이오프 1경기에서 ⅔이닝을 던졌다.

그는 로베르토 라모스에게 큼지막한 홈런을 맞고 강판한 뒤 플레이오프에서는 등판 기회를 못 얻었다.
선발인 유희관도 플레이오프 4차전에 나왔다가 한 타자만 잡고 강판하는 등 세 투수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합작한 투구 이닝은 단 1이닝이다.
이들이 김태형 감독의 부름을 못 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승진, 홍건희, 김민규, 최원준, 박치국, 이영하 등 오른손 투수들보다 구위가 떨어져서다.
김 감독은 17일 경기 전 인터뷰에선 냉정하게 유희관의 등판 여부가 관심을 둘만 한 사안이 아니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현재대로라면 두산 왼손 불펜 듀오는 필승조는 물론 추격조로도 등판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 감독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성적과 영건들의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다.
좌타자엔 좌투수라는 틀에 박힌 공식도 거부한다.
이 덕분에 속구를 잘 던지는 오른팔 김민규, 이승진, 최원준 등은 두산 마운드를 이끌 차세대 간판으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박민우, 이명기, 나성범, 노진혁 등 NC의 주력 타자들이 왼손 타자인 점을 고려하면 함덕주와 이현승의 경험에 기댈 순간이 올 수도 있다.
고비에서 한 타자만 잘 잡아도 영웅이 되는 게 포스트시즌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