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배포한 '사각등 DIY 키트'…문의 잇따라 판매 개시

조선 왕실을 밝힌 사각유리등이 연내 경복궁 안 가로등으로 부활한다.

국립고궁박물관(이하 고궁박물관)이 대중을 위해 무료 배포한 사각유리등 DIY(직접 만들기) 키트는 반응이 뜨거워 유료 판매로 이어지게 됐다.

◇ 궁궐 처마에 다는 밤잔치 조명…서울 거리도 밝혀볼까
28일 고궁박물관에 따르면 사각유리등은 조선 왕실에서 밤에 열리는 연회장을 밝히기 위해 내건 조명이다.

옻칠한 나무틀 사방에 유리를 끼운 형태로, 틀에 철사나 줄을 연결해 궁궐 지붕 처마에 매달아 사용했다.

바닥 틀에 초나 등잔을 꽂아 불을 밝히면 유리 안쪽에 섬세하게 그린 꽃과 나비, 나무 등이 도드라진다.

디자인이 섬세해 크기가 작을 것 같지만 실물은 가로·세로 45㎝, 높이 37㎝로 상당히 큰 편이다.

고궁박물관은 매달 큐레이터 추천 왕실유물을 선정해 발표하는데, 사각유리등 역시 그 일환으로 한 연구원의 추천을 통해 빛을 보게 됐다
사각유리등을 추천한 연구원은 "조선 시대에는 원래 밤잔치가 없다가 1828년 효명세자 주도로 처음 시작됐다"며 "사각유리등은 당시 사용한 다양한 조명기구 중 하나로 왕실 잔치문화를 보여주는 가치 있는 유물"이라고 설명했다.

사각유리등은 현재 고궁박물관 내부에 전시 중이며, 박물관은 유사한 형태의 다른 등도 소장한다.

◇ "정말 이쁘다" 누리꾼 마음 흔들어…'굿즈'로 판매
고궁박물관과 한국문화재재단(이하 재단)은 이달 초 열린 궁중문화축전 기간 온라인 신청을 받아 1천명에게 사각유리등 DIY 키트를 무료 배포했다.

DIY 키트는 사각유리등 틀과 그림 등을 실물에 가깝게 재현하면서 크기는 가로·세로 13㎝, 높이 11㎝로 아기자기하게 줄였다.

세 차례에 걸친 신청 접수에는 무려 1만 명이 몰렸다.

SNS에서도 입소문이 퍼지면서 '상품화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누리꾼들은 "지금 당장 집에 놔둬도 인테리어에 손색이 없을 디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박물관 측은 이달 말부터 내달 초까지 무료 배포를 한 차례 더 진행하고, 11월 16일부터 유료 판매를 개시하기로 했다.

판매는 고궁박물관과 재단의 전통문화상품 브랜드인 'K-Heritage'의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KHmall)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 경복궁 가로등 제작…"다양한 형태로 개발해 활용"
고궁박물관은 앞으로 사각유리등을 이동식 등 및 가로등으로 개발해 궁궐과 왕릉 야간 조명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12월 초 고궁박물관에 이동식 사각유리등 10개를 우선 설치하고, 12월 말까지 경복궁 내부에 사각유리등 형태의 가로등(고정형) 50개를 설치한다.

가로등은 일부 지자체와의 협업을 통해 일반 거리에 설치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동시에 청사초롱을 대체할 소형 사각유리등 제작도 준비 중이다.

사각유리등이 한 손에 들고 다니는 형태로 제작되면 창덕궁 달빛기행, 경복궁 별빛기행 등 문화재청 야간행사나 지방자치단체 주관의 문화재 야행 등에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지금은 야행 때 드는 전통 등이 청사초롱 정도밖에 없다"며 "사각유리등이 한국의 야간 궁궐 문화의 새로운 상징물이 되도록 더욱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