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한경닷컴> 취재진이 찾은 경남 로봇랜드 컨벤션센터의 모습. /영상=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지난달 30일 <한경닷컴> 취재진이 찾은 경남 로봇랜드 컨벤션센터의 모습. /영상=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지능형 로봇 개발·보급 촉진법'에 따라 개발된 경남 로봇랜드에는 사업비 7000억원을 쏟아부었다. 국비 560억원, 지방비 2100억원이 들어갔다. 인천에도 국비 595억원이 투입되는 사업비 6500억원 규모의 제2 로봇랜드 조성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경닷컴> 취재진이 직접 찾은 경남 로봇랜드 테마파크는 고요 그 자체였다. 전시회와 박람회 등을 여는 로봇랜드 컨벤션센터는 황무지 위에 덩그러니 홀로 세워진 모양새였다. 경남 로봇랜드 르포 상(上)편에선 테마파크, 하(下)편에선 컨벤션센터를 다룬다. <편집자 주>

지난달 30일 <한경닷컴> 취재진이 찾은 경남 로봇랜드 컨벤션센터의 모습. /영상=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지난달 30일 <한경닷컴> 취재진이 찾은 경남 로봇랜드 컨벤션센터의 모습. /영상=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컨벤션센터는 각종 회의, 대회, 전시회 등을 열기 위한 제반시설이다. 경남 로봇랜드에도 컨벤센센터가 들어섰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한경닷컴> 취재진이 찾은 로봇랜드 컨벤션센터는 흔히 생각하는 마이스(MICE: Meeting·Incentives·Convention·Exhibition) 시설과는 거리가 멀었다.

민간자본 토대로 부대시설이 추가로 들어올 예정이라고는 하지만 홀로 황무지를 지키고 있었다. 로봇랜드 컨벤션센터는 마이스 토대 관광산업의 입지 조건과는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지난달 30일 <한경닷컴> 취재진이 찾은 경남 로봇랜드 컨벤션센터의 모습. /사진=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지난달 30일 <한경닷컴> 취재진이 찾은 경남 로봇랜드 컨벤션센터의 모습. /사진=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버스로 2시간 하고도 40분 걸어 찾아가는 컨벤션센터

7일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경남 로봇랜드 조성사업 현황'에 따르면 컨벤션센터에는 국비 560억과 지방비 2100억원 중 일부가 투입됐다. 산업부는 이미 조성된 테마파크와 컨벤션센터 등을 기반으로 호텔, 콘도, 관광 숙박시설 등을 유치할 계획이다.

컨벤션센터는 경남로봇랜드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컨벤션센터는 창원종합터미널에서 시내버스로 2시간 거리인 로봇랜드 테마파크보다도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 테마파크에 내린 뒤에도 도보 기준 40여분 걸어가야 나온다. 셔틀버스가 있지만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운행이 잠정 중단됐다.

마이스 산업을 위한 핵심 시설이라기엔 교통수단부터 열악했다. 관광 숙박시설이 들어온다 해도 인근에는 상권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다. 경남로봇랜드재단은 컨벤션센터에서 다시 10여분 더 걸어 들어가야 있다.
지난달 30일 <한경닷컴> 취재진이 찾은 경남 로봇랜드재단의 모습. /사진=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지난달 30일 <한경닷컴> 취재진이 찾은 경남 로봇랜드재단의 모습. /사진=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지역과 로봇산업의 연관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한 예산이 투입돼 컨벤션센터가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자 유치는 수익성이 중요한데 컨벤션센터 입지가 이를 충족시킬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컨벤션센터는 마이스 산업의 요충지 역할을 한다. 각종 회의가 열리지만 그 회의를 열리게 하는 유인책들이 필요한 데다 컨벤션센터가 관광지 역할을 하기도 한다"면서 "일단 컨벤션센터만 지어놓는 식의 행정은, 이 지역이 로봇산업의 메카라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이 정도 대규모 세금이 투입된 것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한경닷컴> 취재진이 찾은 경남 로봇랜드 로봇연구센터의 모습. /사진=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지난달 30일 <한경닷컴> 취재진이 찾은 경남 로봇랜드 로봇연구센터의 모습. /사진=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센터 개장 후 1년간 대관 22건, 수입 2500만원 '초라'

컨벤션센터는 지난해 9월 공식 대관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단 22건만 대관된 것으로 확인됐다. 몇천억원이 투입된 결과물로 보기엔 초라한 수치다.

최승재 의원이 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경남 로봇랜드 컨벤션센터 대여 현황'을 보면 컨벤션센터가 문을 연 지난해 9월부터 같은해 12월까지는 13건,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올해 들어선 지난달까지 '평균 월1회' 꼴인 9건 대여밖에 없었다.

코로나19 여파를 감안한다 해도 대관료 수입 역시 아쉬운 수준이다. 같은 기간 총 2520여만원의 수입에 그쳤다. 지난해 13건의 대여를 통해선 1600여만원, 올해 9건의 대여를 통해선 940여만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 /사진=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 /사진=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컨벤션센터는 통상적으로 전시회와 각종 회의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 그러나 이 정도 수익성으로 과연 산업부 의지대로 추가 부대 시설과 관광시설 유치가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또 다른 로봇랜드 핵심 시설인 로봇연구개발(R&D)센터에는 관련 기관이 25곳만 입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승재 의원 : 수천억원 혈세로 지어진 컨벤션센터가 빛도 못 보고 방치된 현실이다. 컨벤션센터가 개장 1년 동안 단 22건의 행사를 진행했고, 임대수익도 2500만원에 그친 것은 운영기관의 무능함을 보여준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해도 적극 홍보와 행사 유치 노력을 했다면 이렇게 초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접근성을 개선시킬 방안을 마련하고, 로봇랜드 운영 전반에 혁신이 가능하도록 관계기관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창원=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