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흡연과 코로나19 전파위험·중증화 상관관계는?
"연기 자체가 바이러스 운반할 가능성 낮지만 흡연환경이 위험"
"서로 마스크 내린채 연기 뿜을때 비말·미립자 통한 전파 가능"
조준형 기자·김예림 인턴기자 =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 속에 흡연과 코로나19의 상관관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흡연자를 통한 코로나19의 전파 위험성, 흡연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중증화할 위험이 비흡연자에 비해 어떠한지 등이 주된 관심사다.

우선 전파 위험과 관련, 스페인 일부 지방정부들이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야외 흡연 금지 조치에 속속 나서고 있다는 외신이 최근 소개되면서 담배연기를 통한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에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담배연기 자체가 바이러스 운반할 가능성은 작아
전문가들은 대체로 담배 연기 자체가 바이러스 운반자 역할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봤다.

김신우 경북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2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담배 연기는 비말에 비해 입자가 굉장히 작아서 논리적으로는 연기를 통해 (바이러스가) 묻어 갈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일산병원 호흡기내과 한창훈 교수는 "담배를 피면서 가래나 침을 뱉는다거나 기침을 해 옆에 있는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는 있어도 이론적으로 담배 연기에 실려 코로나바이러스가 옮겨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해외 전문가의 견해도 비슷하다.

워싱턴포스트(WP)의 지난 21일자 보도에 의하면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UC데이비스) 화학공학과의 윌리엄 리스텐파르트 교수는 담배에서 나오는 열기가 바이러스를 죽일 가능성, 담배 연기 미립자의 대부분은 그대로 흡연자의 폐로 들어갔다가 어딘가에 부딪히지 않고 그대로 내뿜어지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담배 연기 자체가 바이러스의 운반 수단이 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담배연기 뿜을 때 바이러스 담은 비말·호흡입자도 함께 나올 수 있어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직장 등에서 담배를 피우는 환경, 즉 여럿이 좁은 공간에 모여서 끽연하는 상황의 위험성에 주목했다.

담배를 피우기 위해 숨을 내뿜는 과정에서 비말이 튀어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흡연실과 같은 좁은 공간에서 복수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내리거나 벗은 채로 담배를 피우는 만큼 감염자가 있다면 전파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순천향대 감염내과 김탁 교수는 "담배를 피울 때 건물 근처에서 서로 모여서 마스크를 벗은 상태에서 맞담배를 피울 경우 얼마든지 전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신우 교수도 "흡연실 같은 곳에서 입을 열면서 연기를 뿜을 때 비말이 나갈 수 있고, 바이러스에 오염된 손도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 센터장은 "코로나 전파 방지 측면에서 사람이 밀집된 공간을 피하라고 하는데 흡연자들은 담배를 피우려면 흡연이 허용된 공간으로 모여야 한다"며 "그 공간 안에서 마스크를 벗은 상태로 입으로 무언가를 내 뿜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리스텐파르트 교수는 WP와의 인터뷰에서 "당신이 누군가가 내뿜은 담배 연기의 냄새를 맡는다면, 그 사람의 폐 안에 있는 공기를 흡입하는 것"이라며 "이는 바이러스를 담은 호흡 입자를 마실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감염시 중증화할 위험,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커
코로나19 감염자 중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중증화 가능성 면에서 더 위험하다는 것도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6월30일자 보고서에서 "접할 수 있는 증거는 흡연이 질병의 중증화, 코로나19 입원 환자의 사망률 등과 관련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성규 센터장은 "코로나바이러스와 흡연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흡연 경험이 있는 사람이 코로나19 감염시 증세가 악화할 가능성이 흡연 경험이 없는 사람의 2배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이 센터장은 "흡연자의 폐 상태가 좋지 않기 쉽고, 면역기능도 비흡연자들에 비해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코로나19와 관련,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취약하며, 더 위험한 상황에 노출돼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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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