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침수돼 썩어가는 감자들을 보니 가슴은 타들어 갑니다.
"

감자들이 나뒹굴고 있는 농경지로 접어들자 시커멓게 섞어가는 감자에서 악취가 진동했다.
잡초를 예방하기 위해 비닐을 씌우고 심은 감자밭은 최근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침수된 후 물이 빠지지 않아 뜨거운 여름 날씨에 썩고 있었다.
농가들은 수거하는데 들어가는 인건비조차 건질 수 없다며 감자 수확을 포기했다.
강원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강릉에 쏟아진 비의 양은 250㎜로 1911년 기상 관측 이래 6월 하루 최다 강수량을 기록했다.
농민 박모(60)씨는 "침수된 감자는 다 섞어 유통업자들이 하나도 가져가지 않는다"면서 "애써 가꾼 감자가 썩어가는 것을 바라보는 농민의 가슴은 시커멓게 타들어 간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함께 9만여㎡에 감자를 심은 김대현(36)씨는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아침부터 감자 수확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최근 장맛비로 물에 잠기면서 그는 감자밭 30%가량을 버려야 했다.
3천300㎡에서 50상자가량 나오던 생산량은 30상자로 줄었다.
김씨는 "이번 폭우로 갑자기 감자밭이 침수돼 강처럼 변했다"면서 "비가 많이 내릴 경우 물이 빠질 수 있도록 배수 대책을 세워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릉시는 지난 8일부터 감자 피해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피해를 본 감자밭은 30㏊로 잠정 파악됐다.
시 관계자는 "수확기에 접어든 감자밭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해 안타깝다"면서 "농어촌공사에 배수 개선을 건의하고, 침수 피해를 본 농가에는 농약값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