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40대~50대 직장인들인 우리는 식사장소 선정을 위해 수많은 조건들을 쏟아냈다.
우선, 감염돼도 돌아다닐 수 있는 강인한 체력의 20대들이 잘 가지 않는 곳 (물론, 20대 들도 40~50대들이 들락날락 하는 곳을 좋아하지 않으리라), 갑갑한 룸 보다는 탁 트인 홀, 공기 순환 잘 안 되는 지하는 피하고, 손님 바글바글한 맛집은 안되고, 그렇다고 너무 맛없는 곳은 곤란하고 등등등.
수많은 조합을 통해 강남 모처의 홀이 넓은 음식점으로 최종 낙점됐다.
그 날 저녁 넓은 홀에는 손님이 우리팀 밖에 없었다. 예전 만큼 코로나에 민감하지 않다는데 웬 일인가? 주인은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 50명 넘었어요. 예약 다 취소됐어요"

식당 주인은 매일 아침 10시께 정부에서 발표하는 코로나19 확진자 통계 뉴스를 떨리는 심정으로 본다고 말했다.
"제발 50명 넘지 않기를…"
국내 확진자가 50명을 넘지 않으면 식당 예약이 유지되는 편이지만 50명이 넘으면 죄다 취소된다는 것이다.
손님 없는 식당에서 김빠진 저녁식사를 하고 나오며 아무도 입밖으로 말을 꺼내지는 않았지만 모두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 식당도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서울 열린데이터광장 통계를 추산해 보면 올해 들어 서울 강남구와 종로구, 중구에서 폐업한 음식점과 술집이 4,200여곳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늘어난 것이고 특히 임대료가 높은 강남의 경우 폐업이 30%나 늘었다.
상반기는 그나마 나았다는 평가가 많다.
지금까지는 한번도 경험하지 않은 대재앙에 멋모르고 두들겨 맞았다면 하반기는 얼마나 아픈지 알고 맞아야 하는 혹독한 시절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진정되는 듯 했던 코로나19 확진자가 지난 수요일부터 사흘 연속 50명을 넘었다.
3일 금요일엔 60명을 넘어 63명 이란 숫자가 나왔다. 확산 지역도 전국 무차별적이다.
오늘 저녁엔 얼마나 많은 예약이 취소될지, 하반기가 걱정되는 금요일이다.
이성경디지털전략부장 sklee@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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