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네이 젤위거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안긴 영화 '주디'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를 부르던 도로시. 우리가 기억하는 주디 갈런드의 모습이다.

하지만 다음 달 12일 국내 개봉하는 '주디'는 낯선 주디 갈런드의 모습을 담았다.

러네이 젤위거가 연기한 죽기 수개월 전 갈런드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만들어진 '옆집 소녀'가 아니라 쓸쓸하고 외로운 아티스트를 만난다.

40대 중년 주디는 과거 영광과는 다른 생활을 한다.

누구나 아는 스타 주디 갈런드라는 이름으로 쇼에 출연하는 중이지만 출연료는 전과 달리 쥐꼬리다.

무엇보다 이혼한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을 직접 키우고 싶어도 정착한 집이 없어 전 남편에게 양육권마저 빼앗길 위기다.

그러던 중 주디는 아직 자신에게 열광하는 팬들이 있는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본인 이름을 딴 쇼를 준비한다.

영화는 '오즈의 마법사'를 찍을 무렵 어린 주디와 현재의 주디 모습을 교차하며 관객이 그에 대해 연민과 애정을 느끼도록 한다.

할리우드 자본 앞에서 배우이기 전 어린 소녀였던 주디의 인권은 없었다.

식사도 못 하게 하고 쉬는 시간 없이 일을 시키는 폭력과 학대가 이어졌다.

"배가 고프다", "잠을 못 자겠다"는 주디에게 할리우드의 어른들은 식사 대신 약을 건넨다.

깡마른 몸에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이 위태로운 주디는 여전히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약물 중독과 불면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게다가 그는 애정 결핍이다.

자신을 좋아해 주는 사람이라면 그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고 매달린다.

다섯 번이나 결혼했음에도 주디는 항상 외로웠다.

"날 잊지 않을 거죠?"라는 말은 그의 외로움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주디는 "내 쇼는 내 쇼"라며 무대에 오른다.

주디를 한결같이 지지해주는 팬들은 응원을 보내고 함께 노래를 불러준다.

영화를 오롯이 끌고 가는 것은 젤위거의 연기다.

'브리짓 존스'와 같은 배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역할에 깊게 몰입했다.

영화 속에서 직접 부르는 노래가 모두 주디 이야기처럼 들린다.

약물 중독과 수면 부족으로 인한 신체적 고통과 아이들을 보지 못하는 슬픔이 스크린을 뚫고 관객에게 전해진다.

이 연기로 젤위거는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