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컨설팅도 병행…간접이나마 한국 아이스하키 발전 도움됐으면"

신소정은 11일 오후 연합뉴스와 국제통화에서 "모교인 세인트 프랜시스 자비에르 대학교에서 골리 코치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며 웃으며 말했다.
신소정은 지난해 2월 평창올림픽과 그해 4월 이탈리아 아시아고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B(3부리그) 대회를 끝으로 20년 가까이 져 왔던 무거운 장비를 내려놨다.
20년이면 할 만큼 했다고 여겼고, 가장 큰 목표였던 올림픽을 끝으로 목표 의식이 사라진 것이 가장 컸다.
올림픽 이후에도 올림픽을 준비했던 것만큼 더 열심히 할 자신이 없었다.
올림픽 이후 미국과 스위스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지만, 미련을 두지 않았다.
이미 결정을 내린 신소정은 지난해 6월 은퇴를 선언했다.
더 늦기 전에 새로운 걸 해보고 싶었다.
연기에 도전한 것도 그래서였다.
신소정의 외할머니의 남동생이 바로 한국 영화계의 거장 고(故) 신상옥 감독이다.
영화인의 피가 흐르는 그녀는 언제인지도 모르게 배우의 꿈을 키웠다.
2016년 북미여자아이스하키리그(NWHL) 뉴욕 리베터스에 입단했을 때는 뉴욕 브로드웨이의 연기학원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신소정은 "은퇴 후 8∼9개월 정도 연기를 배우고, 오디션에도 도전했다.
그동안 못해본 일들을 해보니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게 뭔지 분명하게 드러나더라"며 "한때는 빙판이 쳐다보는 것조차 무서웠고, 다시는 안 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빙판이 그리워지더라. 마침 모교에서 연락이 와서 골리 코치로 오게 됐다"고 소개했다.
신소정은 "지도자로서 아이스하키를 전혀 다른 관점에서 보게 되면서 배우는 게 많다"며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에 보람도 크다"고 활짝 웃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아이스하키에 입문한 신소정은 14세 때인 2004년 세계선수권대회를 통해 국제무대에 데뷔한 뒤 대표팀의 골리로 독보적인 자리를 지켰다.
초등학교와 중·고교는 물론 대학팀 하나 없는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의 열악한 환경에서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2013년 아이스하키 유학을 위해 자신의 경기 영상을 직접 편집해 캐나다 대학에 보냈다.
캐나다 남동쪽 끝에 있는 노바스코샤의 명문 팀 세인트 프랜시스 자비에르 대학교가 그녀의 열정을 샀다.
2016년엔 NWHL 뉴욕 리베터스에 입단해 한국 남녀 아이스하키 선수를 통틀어 최초로 세계 톱 리그에 진출했다.
캐나다와 미국 무대에서 경험을 쌓으며 세계적인 수준의 골리로 성장한 신소정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눈부신 선방쇼로 남북 단일팀의 역사적인 도전을 이끌었다.
그녀는 평창올림픽의 유산이자 한국 아이스하키의 소중한 자원이다.
신소정은 간접적이나마 한국 아이스하키의 발전을 도울 수 있는 길을 찾았다.
현재 신소정은 단일팀에서 대표팀 매니저로 일해던 이지윤씨와 함께 선진 아이스하키를 체험하기 위해 캐나다로 아이스하키 유학을 온 학생들에게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자신이 쌓은 경험과 인맥을 바탕으로 이들에게 길라잡이 역할을 하면서 시행착오 없이 자신의 꿈을 이루도록 돕는 일이다.
처음에는 알음알음으로 찾아온 학부모들과 상담으로 시작했던 일이 부업이 됐다.
골리 코치는 무보수직이라 코치만 할 수는 없었다.
신소정은 "간접적으로나마 후배들을 양성하는 경험을 하고 있다"면서 "미력하나마 이 일이 한국 아이스하키 발전을 위한 매개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